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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인천공항·건보공단 등 공기업 부채, OECD국 중 최고치

입력 2020.07.16. 00:00 댓글 0개
IMF 재정통계 기준 적용시 국가부채 비율 106.5% 달해
비금융공기업 부채 GDP대비 20.5%로 1위…英 1.3%·日 16.4%
공무원 1% 늘리면 실업률 2.1%↑…공무원수 증가율 OECD국 중 5위
反시장 정책 지속시 탈중국 기업 유치 불가능…규제 환경 개선해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한국전력, 인천국제공항,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비금융 공기업들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5%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경제연구실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경제·사회의 변화 전망' 세미나에서 "비금융 공기업 부채의 경우 GDP 대비(2018년 기준) 20.5%로 일본(16.4%), 영국(1.3%) 등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조경엽 실장은 "정책부작용을 재정으로 해결하려는 재정만능주의로 인해 국가채무가 지난 3년간 104조6000억원이 증가했고 올해는 111조원이나 증가할 전망"이라며 "재정건전성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정지출 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빠르게 증가해 그 격차가 지난해 10.6배로 확대됐으며, 올해는 3차례 추경 편성으로 재정지출이 전년대비 15.1%나 증가하는데 반해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세수호황이 끝나 지난해부터 세수결손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16조1000억~30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 결과 올해 국가채무는 GDP 대비 45%를 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6%를 크게 상회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조 실장은 "재정만능주의가 만연하고 국회의 '나라살림 지킴이' 역할마저 실종되면서 국가 부도위기를 겪은 나라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국제기준에 따라 국가채무에 비확장 채무까지 포함해야 한다. 단순히 OECD 평균에 비해 낮다는 이유로 국가채무를 늘려도 괜찮다는 정부의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정부재정통계(GFS) 2014 기준에 따르면, 국가채무에 공공기관 관리기금과 공무원연금 등 연금충당부채까지 포함해야 한다. OECD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모두 해당 IMF의 기준을 적용해 공기업 적자나 공적연금 충당금 등을 국가부채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IMF의 GFS 2014 기준을 적용할 경우 2018년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GDP 대비 106.5%에 달한다.

지난 14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해서는 기존에 나온 정책의 '재탕'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부처 별로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을 재포장했다는 이유에서다.

조경엽 실장은 "기존 대책들이 반복되는 재탕, 삼탕되는 수준"이라며 "심지어 예비타당성도 통과하지 못한 사업이 '그린 뉴딜'로 둔갑해서 다시 추진되기도 한다. 지역숙원사업일 뿐 엄두도 못내는 사업을 국민세금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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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새로운 것이 없는 한국판 뉴딜 정책, 예비타당성조사 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사업 등의 추진은 생산적인 곳에서 세금을 걷어 비생산적인 곳으로 재원을 이전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아 경기부양 효과는 없고 국가채무만 증가해 장기성장에 역효과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무원 수를 1% 늘리면 전체 실업률이 2.1% 증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나라 공무원 수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아일랜드, 체코, 룩셈부르크, 이스라엘에 이어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조경엽 실장은 "공무원 수의 증가가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결과 공무원 수가 1% 증가하면 실업률은 약 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 공무원 수 증가로 인해 실업률은 약 0.2%p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실장은 "우리나라의 공무원 수 증가율이 OECD 국가 가운데 5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 수 증가는 노동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코로나19 발생 이후 '큰 정부' 기조 하에서 공무원 수 증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81만 개 공공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지난 4년간 본예산 85조3000억원에 추경예산 41조5000억원을 더한 총 126조8000억원에 달하는 재정을 일자리 관련 사업에 투입했으나 고용대란과 분배참사라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조 실장은 특히 "공무원 수 증가는 공무원 일자리 증가로 실업률을 낮추기 보다는 민간부문에서의 일자리 감소, 구직자 증가 등으로 오히려 실업률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정부가 공무원 일자리를 만드는데 세금을 쓰게 되면 민간 부문에 쓸 재원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기업 세부담이 증가해 결과적으로 민간부문 채용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조 실장은 "한정된 재원으로 공무원 일자리에 세금을 쓰다보니 민간에 쓸 재원이 적어지는 것"이라며 "생산성이 낮은 공무원 일자리보다는 생산성이 높은 민간 일자리를 만드는데 세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미·중 패권전쟁 여파로 글로벌공급망(GVC)이 약화됨에 따라 탈중국하는 국내기업을 유치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이 단순 무역분쟁을 넘어선 글로벌 패권경쟁이 분명해짐에 따라 주요 선진국의 탈중국 참여가 증가했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탈중국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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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우 노동비용 상승 및 외국기업에 대한 적대적 사업환경 요인으로 인해 제조업 기지로서의 비교우위가 하락하고 있다. 국내기업의 탈중국화도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 위원은 "특히 GVC(Global Value Chain)는 이미 수년 전부터 약화되기 시작한 상태이고, 코로나 이후 중국의 책임론과 미·중 패권전쟁으로 GVC 약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향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거나 중국으로부터 나와 자국으로 유턴하거나 지역블록화하는 방식으로 GVC가 재구조화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 감소를 대(對) 중국 GVC 약화의 대표적 사례로 가정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중국의 GDP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고 한국과 일본의 GDP 감소폭이 다음으로 클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EU, 미국,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GDP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위원은 "한국과 일본과 같이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수출기업이 내수산업으로 또는 타지역으로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만큼 GVC 약화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GVC 약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이태규 연구위원은 "주요국 중 GVC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위험요인을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기업·친노조 정책, 갈라파고스적 규제, 법인세 인상 등 반(反)시장적인 정책이 지속된다면 중국에서 탈출하는 기업의 유치는 불가능하다"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는 기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리쇼어링(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복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돼도 현재 중국, 베트남으로 이전한 중소기업 중 국내 유턴 의향이 없는 기업이 76%에 달한다. 국내기업의 리쇼어링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얘기다.

이 위원은 "국제 정치·경제 환경이 탈세계화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생산비용 및 규제환경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탈세계화는 한국경제에 상당한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탈세계화는 한국경제에 상당한 리스크가 될 것이고, 정부 영향력이 커진다면 창의적 시장경제의 부재로 인한 성장잠재력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임과 동시에 '작은 정부-큰 시장'이라는 자유시장경제의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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