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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검토→부인→이제부터 검토"···혼란 부추긴 불협화음

입력 2020.07.15. 18:00 댓글 0개
홍남기 부총리 "해제 가능성 열어둬" 발언에
국토부, 부인하다 "이제부터 검토" 말 바꿔
당정 그린벨트 해제 압박에 국토부 손 들었나
부처 이해관계 따른 힘 겨루기 '서막' 우려도
또다시 위협 받는 그린벨트…사회적 갈등 불가피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부동산 보완대책 추진방안 등에 대한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중대본)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 22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2020.07.10.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수도권 집값 안정의 실마리로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정부 당국자들의 일관되지 않은 발언들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 부처 간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검토를 놓고 입장 차이를 드러내다 해명자료까지 냈던 국토교통부는 불과 3시간 만에 "이제부터 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 당국자의 처신이 '오락가락' 하자 정부 '정책 엇박자'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당정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린벨트 해제 압박에 떠밀려 국토부가 뜻을 접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면서 정부와 거대 여당 간에 손발이 잘 맞지 않는 모습까지 여실히 드러냈다.

본격적인 공급 대책 논의 시작 전부터 부처 간 불협화음이 표출되자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기준 검토 했다, 안 했다…'진실게임' 된 공급대책

15일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한 바 없다. 집을 짓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그린벨트를 활용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언은 전날 저녁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YTN방송에 출연해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를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현재 "발굴을 해서라도 공급물량을 추가로 늘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홍 부총리 주재 '주택공급확대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이다.

사실상 도심 내 주택 공급 방안 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홍 부총리가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언급하자, 주무부처인 국토부에서 날이 밝자 마자 부인한 셈이다.

양 부처 간 서로 다른 입장 탓에 이날 오전 내내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자 국토부는 "그린벨트 해제 관련 정부의 입장은 동일하다"면서 "현재 그린벨트 해제 등에 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해명자료까지 냈다.

하지만 불과 3시간 만에 박 차관은 입장을 번복했다.

이날 처음 서울시청에서 열린 실무기획단 회의에서다. 그는 이날 오전의 논란을 의식한 듯 회의 시작 전 모두발언을 통해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당국자들의 발언이 불필요한 혼란을 만들었다는 비난이 커지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거세지는 해제 압력에 손들었나' 해석도

다만 일부에서는 국토부가 '힘의 논리'에 밀려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한다.

이날 오전 기재부와 국토부가 입장 차이를 드러내며 시장이 혼란을 빚고 있던 시각,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갖고 7·10 부동산대책 후속조치와 함께 주택 공급확대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특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해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근 서울 시내 그린벨트 일부 해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국회에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박원순 시장 유고 사태로 그린벨트를 수호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입장은 구심점을 잃은 상태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 그린벨트 해제 압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을 들어 국토부가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국토부가 힘의 논리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린벨트 해제, 추가 공급 대책에 달려…갈등 조장 우려도

아직까지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은 미지수다. 실무협의체가 이제 막 논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검토 중인 대안만으로 도심 공급 물량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다면, 부처 간 불협화음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난다. 홍 부총리도 전날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이라고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에 단서 조항을 달았다.

정부 TF는 현재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부지·도시 내 국가시설 부지 등 신규택지 추가 발굴 ▲공공 재개발·재건축 방식으로 사업시행 시, 도시규제를 완화해 청년·신혼부부용 공공임대 및 분양아파트 공급 ▲도심 내 공실 상가·오피스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심 내 주택 공급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양 부처 고위 관계자들의 상충된 발언은 부처 이해관계에 따른 힘겨루기로도 시장에서 해석되고 있다. 이에 공급 물량 발굴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추가 공급대책이 나올 때까지 양 부처의 협의가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달 말 추가 공급대책 발표에도 집값 안정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최후의 보루'인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양 부처 간의 충돌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케케묵은 그린벨트 논쟁이 또다시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여전히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한 보고'라며 해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반대도 거세다.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2012년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한 보금자리주택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공급 대책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벨트를 둘러싼 갈등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 부처를 넘어 사회적 갈등으로도 외연을 넓힐 가능성이 있어 또 다른 혼란이 불가피하다. 권대중 명지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만약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도심 내 주택을 충분한 주택을 공급한다면 2~3기 신도시와 역차별 문제가 제기되는 딜레마가 생겨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3837㎢로, 지난 40여 년간 28.9%가 감소했다. 정부가 1971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1977년 여수권에 이르기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전국 14개 도시권에 전 국토의 5.4%에 달하는 5397.1㎢의 면적을 지정했고, 이 중 1560.1㎢가 해제된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 위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서울은 약 150㎢다. 올해 1월 기준 시내 19개 자치구에 149.13㎢ 면적의 그린벨트가 분포돼 있다.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이어 강서구(18.92㎢) 노원구(15.91㎢)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도봉구(10.2㎢) 순으로 규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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