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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에 車생태계 지각변동···내연기관차 밀어내는 전기차

입력 2020.07.15. 11:24 댓글 0개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제7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영상으로 연결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0.07.14.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전기차·수소전기차의 성장이 빨라지는 반면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시장은 정체될 것으로 예상돼 부품업계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수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전기차·수소차정책에 힘을 실으며 전기차·수소차산업 생태계가 수혜를 입고, 전장 부품 활성화로 IT기업의 자동차산업 진입도 빨라질 전망이다. 수년 전부터 전동화·연결성·자율주행 기술개발에 공을 들이며 다가올 미래차시대에 대비해온 완성차업체와 수소차, 전기차 부품업체들은 그린뉴딜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부품을 취급해온 중소형 부품사들은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전기차·수소차가 대세가 될 경우 완성차에 투입될 부품이 전자장비 위주로 바뀌고, 부품 숫자도 확연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14일 2025년까지 누적 총사업비 160조원(국비 114조1000억원)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뉴딜은 ▲디지털뉴딜(데이터댐·지능형정부·스마트의료인프라) ▲그린뉴딜(그린리모델링·그린에너지·친환경 미래모빌리티) ▲융합과제(그린스마트스쿨·디지털트윈·국민안전 SOC디지털화·스마트그린산단) 등으로 10개 과제로 구성됐다.

이중 그린뉴딜에는 가장 많은 총사업비 73조4000억원(국비 42조7000억원)이 집중 투입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과 녹색 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전기차·수소차 기반의 그린 모빌리티 보급, 인프라 확대 설치를 추진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65만9000개를 창출할 방침이다.

그린뉴딜 정책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기차 누적 113만대, 수소차 누적 20만대가 보급된다. 전기·수소차용 충전 인프라와 수요처 인근에서 수소를 생산·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된다. 노후경유차의 LPG·전기차 전환과 조기 폐차도 지원된다. 국내 1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역시 14일 청와대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 직접 참여,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판매·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전기차 세계 1위 업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수소차 분야에서 부생수소(현대제철), 수소충전소(이엠코리아·엔케이), 수소저장장치(일진다이아·화진·EG·유니크·세종공업), 연료전지스택(현대모비스·현대제철·동화성), 전장부품(LG전자·S&T모티브·삼화전자·뉴로스·뉴인텍·삼화전기), 운전장치(한온시스템·우리산업·지엠비코리아, 대우부품) 등이 정책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재일 연구원은 "수소차 원가는 연료전지스택 생산 단가의 하락으로 급격하게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토요타 미라이, 현대차 넥쏘의 1kW 당 시스템 코스트는 약 180달러 수준이며, 고단가의 원인은 낮은 생산 볼륨 때문이며, 현 기술로 연 50만대 양산 체제를 갖춘다면 스택 코스트를 kW당 45달러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향후 백금 촉매 사용량 축소, 에너지 밀도 향상, 열 관리 기능 향상을 통해 2025년에는 kW당 30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통해 스택 시스템에서만 약 1500~2000만원의 비용을 절감, 2025년 시점에는 일반 양산차와 겨룰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점부터 수소차가

본격적으로 대중화 시기에 접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와 미래 기술 개발로 커넥티드카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자동차의 전장화 비율이 높아지며 국내 IT 제조사들의 전장사업 진출의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 노경탁 선임연구원은 "향후 자율주행 및 전기차에 필요한 미래형 전기차 부품, 전장부품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장부품은 자동차에 장착하는 모든 전자장치를 의미한다. 전장부품에는 ▲내비게이션·계기판·AV(오디오·비디오 시스템)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동모터·인버터·MLCC 등 전기차 부품 ▲자동차용 반도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라이다, 레이더 등 운전자 시스템이 있다.

노 연구원은 "자동차의 전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전기차의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완성차업체 뿐만 아니라, IT 업체도 전장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하만을, LG전자는 ZKW를 각각 인수하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전장사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한국도 유럽과 미국의 친환경 전략에 동조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며 "유럽연합은 탄소배출량을 2050년까지 제로로 낮추는 그린 딜 정책을 최우선 정책으로 확정하였으며, 각국 경기부양안에서도 전기차산업에 대한 지원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 전세계적인 친환경차 보급 확대 움직임에 따라 IT 업체들의 자동차 전장시장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완성차 트렌드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수소전기차로 옮겨가며 완성차에 내연기관 부품을 공급해온 중소 부품업체들은 최대 위기를 겪게 될 전망이다. 완성차에 적용되는 부품이 전자장비로 교체되면 내연기관 부품을 생산하던 업체들은 생존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전기차에 필요한 부품은 1만개로, 내연기관차에 필요한 3만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특히 내연기관과 관련된 부품인 엔진, 변속기 클러치 등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전 산업에 큰 변화를 주고 있으며 자동차산업 역시 'BC'(코로나 이전·Before Corona), 'AC'(코로나 이후·After Corona)로 부를 만큼 큰 변화를 겪게 됐다"며 "부품업계의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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