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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표 핵심정책들 어떻게 되나···BH·정부·여당 입김 강해질 듯

입력 2020.07.14. 05:00 댓글 0개
그린벨트 해제 놓고 정부와 서울시 갈등
박 시장 부재…정부·여당과의 비교 열위
전국민고용보험 구심점 잃어…제동전망
광화문 광장· 개발이익 공유제에도 주목
서정협 "흔들림없이 시정 계승해 나갈것"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2020.07.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그린벨트 해제, 전국민고용보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등 그동안 서울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이 순탄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부동산 정책 중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서는 서울시와 중앙정부 간 이견이 있었던 만큼 서울시가 박 시장 없이 시내 그린벨트를 지켜낼 수 있을지에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부재한 만큼 서울시의 중점사업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의 장례식이 전날인 13일 마무리되면서 서울시는 서정협 권한대행(행정1부시장) 체제에 들어갔다. 서 권한대행은 내년 4월 재보궐선거까지 9개월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는 것이다.

서 부시장은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1996년부터 서울시에 몸담았다. 그는 박 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박 시장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명으로 꼽힌다. 온화한 성품으로 서울시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 권한대행은 과감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시정 가치와 체제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안정적인 운영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박 시장이 주력해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복지, 환경, 소상공인, 스타트업 등의 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선출직이 아닌 공무원 출신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적인 전문성은 더욱 뛰어나지만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중앙정부와의 이견 조율, 타 지자체와의 갈등 등의 상황에서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는 부동산으로 '그린벨트 해제' 문제다. 중앙정부는 서울지역에 있는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부동산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시장은 자신의 신념에 어긋난다며 그린벨트 해제를 적극 반대했다.

지난 6일 있었던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박 시장은 그린벨트와 관련된 질문에 "서울시의 기본 철학은 그린벨트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린벨트는 잘 알겠지만 미래를 위해 남겨놔야 할 그런 보물과 같은 것이다. 우리가 당대에 필요하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박 시장은 사망 하루 전인 8일 오후 2시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통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당의 입장, 당의 부동산 관련 법안 등을 설명 듣고 이견을 조율하기도 했다.

사망 당일인 9일에도 정세균 국무총리와 점심 일정을 잡아놓는 등 그린벨트 해제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렇듯 민주당과 정부에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서울시 입장을 전달한 뒤 박 시장은 13일 오전 부동산 관련 종합대책을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일정은 박 시장 사망으로 연기됐고, 기존에 준비했던 종합대책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도 알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일부 시 고위 관계자들은 청와대와 중앙정부의 입김이 강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도 12일 영결식에서 "당신이 그토록 애정 쏟았던 서울시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옆에서 돕겠다"고 했지만, 정부와 당에서 강력하게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할 경우 박 시장 없는 서울시가 버텨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현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후 서울추모공원으로 봉송되고 있다. 2020.07.13.photo@newsis.com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제도'에 맞서는 박원순표 정책이다. 박 시장은 종종 방송 인터뷰나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시행을 강조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18일 방송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은 실질적으로 적용하기는 이상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에 대해서는 "고용보험, 4대보험 등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분들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등 필수적인 정책임을 수차례 언급했다.

박 시장의 부재에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도를 도맡아 추진해오던 최병천 서울시 민생정책보좌관까지 면직되면서 해당 정책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최 보좌관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인사규정에 따라 지자체장의 임기 만료와 함께 면직처분을 받게 됐다. 정책의 핵심 당사자가 자리를 비우게 된 만큼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이 공들였던 공공임대주택 공급, 강남 개발이익 공유 등의 정책들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강남의 부동산 개발이익을 공유하자는 정책의 경우 국토교통부와 강남구에서 반발한 바 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해당 정책에 대해 '뜬금없다'는 식의 발언으로 비판했다.

박 시장은 국토 전 분야에 있어서 균형발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지난 9일에도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서울-지역 간 상생을 화두로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그만큼 부동산, 지역 등 균형발전 분야에서 박 시장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시 산하기관 강북이전 정책도 박 시장이 강·남북 불균형 해소를 위해 내놓은 정책이다. 현재까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서울연구원, 서울인재개발원 등 3개 기관은 오는 2024년 이전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또 서울기술연구원과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은 오는 2022년 이전할 예정이다.

하지만 박 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이 계획들이 예정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재보궐 선거 전 남은 임기 내(2020년 4월) 또 다른 산하기관 이전을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각 기관 노조의 반발을 고려해야 하고 그 외 추진해야 할 다른 사업들도 산재한 만큼 산하기관 이전에 힘쓰기 어려운 상태다.

[서울=뉴시스]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영결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2020.07.13. photo@newsis.com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 역시 그동안 수차례 행정안전부와 갈등을 빚었다. 현재까지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관련 시민소통결과를 반영해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박 시장이 자리를 비운 만큼 행안부 뜻대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시장이 신설한 서울혁신기획관, 서울민주주의위원회, 남북협력추진단, 청년청 등의 활동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박 시장이 직접 해당 조직을 구상하고 신설한 만큼 권한대행이 얼마나 해당 업무를 이해하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서 권한대행은 지난 13일 영결식에서 조사를 통해 "서울시는 이전에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에겐 시대를 앞서간 고인(故人)의 철학과 가치가 시대의 이정표로 남아있고 그동안 함께 단련한 시민존중정신이란 근육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는 '모두의 안녕(安寧)'을 위해 앞으로 계속 전진하겠다"며 "서울시 공무원이 하나 되어 '시민이 시장', '사람존중도시'라는 서울시정의 대전제, 고통 받는 이들의 삶을 회복하고자 했던 박 시장의 꿈을 미완의 과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꿈으로 흔들림 없이 계승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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