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정치적·윤리적 쇼핑과 문화도시

입력 2020.07.13. 17:41 수정 2020.07.13. 19:34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가을 아트페어가 이례적으로 여름에 먼저 선을 보인다.

광주신세계 갤러리에서 16일부터 열흘 동안 아트광주2020 프리뷰가 열린다. 가을 본 전시에 앞선 프리뷰지만 성격이나 내용이 완전히 다른 특별무대다.

아트광주 여름 프리뷰는 신세계백화점이 코로나 19로 힘들어하는 지역 예술인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전국 3개(광주·대구·부산) 갤러리에서 함께 전개되는 무대 중 하나로 아트광주와 협업으로 마련했다.

예술도시라고 하지만 기업들의 본격적인 예술 후원이 흔치 않은 현실에서 신세계 갤러리의 이같은 움직임은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에서 메세나를 넘어 직접 후원에 나선 기업은 한국화 공모전 '광주화루'를 운영하는 광주은행이 유일한 실정이다. 이에앞서 지역 메세나 선두격인 영무토건의 신진작가창작지원전 정도가 있었다.

이같이 척박한 현실에서 광주에 진출한 신세계의 행보는 뜻깊다. 지역 진출기업들의 지역참여 방식이야 다양하겠지만 문화부문에서 신세계갤러리의 지역미술발전 기여는 허투루 넘기기 어렵다.

광주신세계는 광주에 서비스를 시작하던 1996년부터 갤러리를 함께 선보이며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1천만원 상금의 전국 공모 '신세계미술제'를 론칭해 미술도시 광주의 명성을 공고히 하는데 기여했다. 세미나와 해외연수 등 당시로는 혁신적인 지원체계, 상금규모 등이 더해지며 전국의 작가들이 광주로 몰려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2002년 '광주신세계공모전'으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인 지역작가 발굴에 나섰다. 이같은 시도는 명실공히 작가 산실의 요람이 됐고 이곳 출신 작가들은 지금 광주미술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1회 손봉채 작가를 비롯해 김상연 김영태 김진화 윤남웅 이구용 이이남 이정록 임남진 정운학 등 작품성으로 평가받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곳 출신들이다.

기업의 이같은 예술 후원이 단지 기업의 성향으로 끝날 일일까. 올 봄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라는 도발적인 책으로 정가의 화제를 불러왔다. 강 교수의 주장은 새겨들을만하다.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정치권·언론이 악행을 저지르거나 방관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소비자운동은 마지막 자구책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좀 풀어 이야기 하자면 우리가 물건 하나 사는 것도 정치적 행위의 적극적 방식이고 이를 통해 사회를 바꿔보자는 것, 변화를 꿈꿔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앞서 해외에서 불어왔던 공정무역, 생산자 노동 댓가를 지불하자는 운동이나 정치적·윤리적 소비운동의 연장이다.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니다. 지난해 일본 도발로 발생한 일본산 불매운동으로 일본자동차의 한국 점유율이 현격히 떨어진 일, 일본산 맥주가 안팔리는 것 등도 연장선에 있다.

문화도시 시민들의 소비는 어떠할까. 예술에 투자하는, 혹은 관심 기울이는 지역기업, 진출기업에 더 많은 관심, 나아가 소비를 이끌어서 기업의 예술투자를 촉진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하여 광주 진출 기업이라면 문화예술에 투자하고 후원할 때 기업에게 이익이 된다는 문화도시 소비의 가르침이 선순환되는 구조를 이끌어가기를 꿈꿔본다.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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