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적어도 10%"···大 등록금 반환 눈치싸움

입력 2020.07.12. 08:00 댓글 0개
3차추경 통과 후 전북·단국·대구대 "10% 반환"
적립금 1천억 이상 20개 대학 반환 여부 관심
"더 많은 액수 부르다 치킨게임 가열될 수도"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전국의 대학이 등록금 반환의 문제와 더불어 환급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9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구 정문 입구에 '국립대 최초 2020년도 1학기 등록금 환불'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전북대학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학교에 나오지 못한 대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해 국립대학교 중 처음으로 등록금 환불을 결정했다. 2020.07.09. pmkeul@newsis.com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지난 3일 국회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으로 등록금 반환을 간접 지원하는 예산 1000억원이 통과되자 대학들이 1학기 등록금 10% 선을 맞춰 반환하겠다는 뜻을 밝히기 시작했다.

12일 대학가에서는 정부의 국고 배분 기준이 발표되는 이달 말 전후로 대학들의 등록금 반환 비중을 두고 눈치싸움이 극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은 230개교에 달하는데 예산은 1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들의 경쟁은 벌써 시작됐다. 현재까지 사립대 중 단국대와 대구대, 국립대 중에서는 전북대와 경상대가 1학기 등록금 대비 10%를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경북대와 전남대, 숭실대는 등록금은 반환하겠다고는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액수는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이드라인이 생긴 만큼 현재로서는 최대치인 10%에 맞춰 반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구체적인 반환 비율 '10%'는 여당에서 흘러나온 바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1학기 등록금의 10%, 40만원 상한선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대학들로서는 사실상 가이드라인이라 보고 10%를 채운 것이다.

정작 가장 먼저 등록금 반환 공을 쏘아올린 건국대는 반환 액수가 약 44억원으로 8.3% 수준이다. 다만 국가장학금을 제외하고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낸 등록금을 감안하면 10% 선을 넘어간다는 게 건국대 설명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반환 액수를 더 늘릴 계획은 없다"면서도 "교육부 지원과 상관 없이 지난 4월부터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어 학생들과 소통한 점 등이 분명 의미있는 점이라고 본다"고 피력했다.

이미 장학금 지급 계획을 밝힌 다른 대학들도 더 금액을 늘려야 하나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동국대는 10억원의 기금을 모금해 생활고 겪는 학생 2000여명 1인당 5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성대는 6567명에게 2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피해를 입은 학생은 최대 100명을 선발해 100만원씩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등록금반환본부 소속 대학생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전국 42개 대학 3500명 대학생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 선포 기자회견'에서 등록금반환소송 소장 접수 서류를 들고 있다.2020.07.01. misocamera@newsis.com

실제 대구대는 앞서 4월 재학생 전원에게 1인당 10만원씩 특별 장학금을 지급했다가 지난 10일 등록금 10%를 반환하겠다고 액수를 늘렸다.

적립금을 1000억원 이상 쌓은 대학들이 실제 적립금을 헐어 등록금 반환에 사용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최근 대학교육연구소가 공개한 지난 2월말 기준 사립대학 누적적립금 현황에 따르면 누적적립금 1천억 원 이상 대학은 20개교다.

홍익대 누적적립금은 7570억원으로 전체 사립대 중 가장 많았고, 이어 ▲연세대(6371억원) ▲이화여대(6368억원) ▲수원대(3612억원) ▲고려대(3312억원) ▲성균관대(2477억원) ▲청주대(2431억원) ▲계명대(2310억원) ▲동덕여대(2230억원) ▲숙명여대(1866억원) ▲한양대(1669억원) ▲을지대(1512억원) ▲영남대(1426억원) ▲세명대(1366억원) ▲가톨릭대(1321억원) ▲대구대(1196억원) ▲중앙대(1183억원) ▲경희대(1127억원) ▲경남대(1080억원) ▲건양대(1044억원) 순으로 적립금을 보유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사립대는 적립금이 약 1000억원 이상인 20여개 사립대가 있다"고 콕 집어 "재난적 상황에서 고통분담하고 최대한 자구노력을 한다고 할 때 그 부분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등록금은 건축, 연구, 퇴직 등 사용처가 제한된 특정목적적립금이 다수를 이루는 만큼 등록금 반환에 사용하기 어려운 재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만약 사용처를 변경하려면 내부적으로 기금운용심의위원회 등 심의를 거쳐야 한다.

대학가 한 관계자는 "이렇게 된 이상 아마 모든 대학들이 10%에 맞춰 등록금을 반환하려고 할 것"이라며 "한 대학이라도 10% 이상 반환하겠다고 하면 이 같은 '치킨게임'은 더욱 가열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관련키워드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