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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란 난민' 영화로 만든 고교생···"괜찮아, 잘 될 거야"
입력 2020.07.11. 08:01 댓글 0개영화는 '부산 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 출품
"잘 될 거라는 말, 확정적으로 해주고 싶었다"
이란 난민 김민혁군 재판 전날의 모습 영화화
"국적이 어디냐고 묻는 말도 폭력이라고 생각"
"유학 때 소수자 쉽게 접해…한국, 피부색 예민"
"난민, 평범한 친구중 한 명…특별한 존재 아냐"
"학생 답지 않은 영화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영화 슈퍼스타는 김민혁(17)에게 '잘 될 거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만든 영화입니다. 힘이 나지 않는 사람에게 힘을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잘 될 거라는 확정적인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모임공간에서 만난 이태양(17)군은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계원예고에 재학하면서 이란 출신 난민 김군에 대한 영화를 감독이다. 슈퍼스타는 지난 7일 열린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레디~액션! 18'에 출품됐다.
'슈퍼스타'는 출국명령서를 받아 한국을 떠나야 했던 김군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김군이 재판을 하루 앞두고, 친구들에게 양복을 빌리는 가상의 날을 연출했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이군은 영화 제목을 '슈퍼스타'로 정한 이유에 대해 동명의 노래 '슈퍼스타'를 꼽았다. 가수 이한철씨가 부른 슈퍼스타는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라는 가사로 유명하다.
이군은 "민혁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잘 될 거다'라는 말이라고 한다"며 "민혁이 만큼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기에 한 말일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민혁이가 난민 신청 재판 중에 중학교 친구들과 시위를 했다. 그 현장에서 민혁이의 친구가 슈퍼스타 노래를 불러줬는데 민혁이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며 "도와주는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 미안함 등 복잡한 감정이 모두 '잘 될 거다'는 말에 담긴 것 같다"고 했다.
김군의 아버지는 지난해 난민 신청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김군 아버지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이탁건 재단법인 변호사는 지난해 8월8일 "김군의 아버지가 최종적으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았다"며 "인도적 체류 허가를 부여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받았다"고 했다.
영화 슈퍼스타에는 김군을 돕는 친구들 2명과, 친구의 여동생 1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김군에게 "잘 될 거다"고 말한다. 이군은 "민혁이 아버지 상황까지 생각해 김군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너 어느나라 사람이니" 국적 묻는 것도 폭력…유학 때 깨달아
슈퍼스타는 희망만 전달하지는 않았다. 영화 속에서 김군은 미용실에 방문한다. 미용사는 김군에게 "국적이 어디인지"를 계속 묻는다.
이군은 "국적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친절해 보이는 사람도 일상에서 차별할 수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담았다"고 했다.
이군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3년간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서 유학했다고 한다. 그는 유학 기간 덕에 소수자를 쉽게 접할 수 있다고 했다. 이군은 "한국에 돌아오니 성 소수자, 피부색, 장애인 등에 한국 사람이 예민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영화 제작에는 유학 경험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적을 묻는 것만으로도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며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에서 중국인이냐고 물어보면 기분 나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영화 포스터에는 '난민은 평범한 친구 중 한 명이다'는 문구가 들어갔다고 한다. 난민인 김군이 우리 사회에서 '특별한 존재'로 보이지 않게 만드는 데 신경 썼다는 것이 이군의 설명이다.
영화에서 김군은 평범한 중학생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비속어와 농담들은 김군이 평범한 한국 학생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군은 "대사나 모습도 한 명의 특별한 학생으로 보이게 만들고 싶었다"며 "난민을 프레임에 넣기보다 한 명의 친구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군은 영화를 제작하는 초기부터 영화의 후반부 장면인 식사 장면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함께 밥을 먹는 사이를 뜻하는 '식구'를 표현하려는 의도였다. 김군이 친구, 그리고 친구의 여동생과 식사를 함으로써 혈연을 넘어서는 가족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군은 "사실 영화를 제작한다고 할 때 '중학생이 뭘 아느냐'는 반응이었다"며 "그래도 저는 학생답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군은 앞으로도 사회적 다수보다는 사회적 소수를 바라보는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한다. 이군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
이군은 "졸업 전까지 4편의 영화를 만들게 되는데, 세 번째 영화는 코로나19 확진 후 사망하게 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서사로 풀어보고자 한다"며 "다만 제가 부족해서 어떤 작품이 될지는 지금도 준비 중이다"고 했다.
이군은 상업 영화 감독도 꿈꾸고 있다. 이군은 "학생들이 교복 입고 나오는 학생 영화도 좋지만, 사람들이 많이 살펴보지 않은 소재에 대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7일 개막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오는 13일까지 7일간 진행된다.
이군이 출품한 슈퍼스타는 만 16~18세 청소년 영화인들이 경쟁하는 '레디~액션! 18' 부분에 출품됐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오는 12일 오후 5시30분께 시상식을 진행한다.
이군은 "영화를 출품하게 된 것은 100% 내가 총괄해서 된 것이 아니다"며 "능력이 안 되어서 부담스럽지만 감사하다"고 했다.
한편, 김군은 2003년 테헤란에서 태어나 6세 때인 2010년 이란에서 한국으로 아버지와 함께 입국했다.
이후 김군은 한국에서 기독교로 개종해 살았는데, 종교를 바꾼 사실이 알려지면서 귀국할 경우 배교자로 몰려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아버지와 함께 2016년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다고 한다. 김군의 난민 처음엔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군 친구들의 시위와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 등이 많아지면서 김군은 2018년 10월19일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여전히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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