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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때문에' 방역강화 대상국가 미공개 논란···"위험평가 신뢰 의문"
입력 2020.07.11. 07:00 댓글 0개8일 駐카자흐 대사관서 PCR 확인서 의무화 공지
전문가들 "투명성·민주성 강조 K-방역과 안 맞아"
"국가 위험도 평가 기준·지표 투명하게 공개해야"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유입 확진자들의 국내 입국을 제한하기 위한 간접 조치로 정부는 감염 위험도가 높은 국가를 '방역강화 대상국가'로 지정하지만, '외교상의 이유'로 대상국들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대신 해당 국가 주재 우리나라 대사관을 통해 조치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역강화 대상국가로 지정된 사실이 대내외에 발표될 경우 해당국과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11일 방역강화 대상국가를 외교상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것 자체가 투명성과 민주주의를 강조한 'K-방역'과 맞지 않고, 국내에 공개하면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하루 평균 해외 입국자 수는 3620명으로, 내국인 2435명(67.3%)과 외국인 1185명(32.7%)이다. 그러나 지난달 하루 평균 해외 입국자 3955명 중 외국인은 1397명(35.3%)으로 증가했다. 일일 평균 해외입국 확진자 수도 5월 6명에서 6월 11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달 들어서 외국인 입국 비율은 더 늘어났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하루 평균 해외 입국자는 3659명인데, 외국인은 1760명(48.1%)으로 증가했다. 확진자 수도 하루 평균 20명으로 부쩍 늘었다.
지난달 말부터 해외유입 확진자별 입국 국가 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은 카자흐스탄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0시부터 지난 10일 오전 0시까지 확인된 카자흐스탄 입국 확진자는 총 93명이다. 뒤이어 파키스탄 20명, 키르기즈스탄 17명, 필리핀 16명 등이 발견됐다.
해외유입 확진자 수가 증가하자, 정부는 그간 수시로 운영하던 국가별 위험도 평가를 2주마다 분석해 공개하기로 지난 3일 밝혔다.
정부는 각국을 코로나19 확산 위험도에 따라 ▲방역강화 대상국가 ▲추이감시국가 ▲교류확대가능국가 등 3단계로 분류한다. 정부는 이 분류를 근거로 비자 발급 제한, 항공편 감편 등을 결정한다.
위험도 정례평가엔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보건복지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외교부, 법무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한다. 방대본은 해외 위험도를 상시 모니터링해 이를 매주 관계 부처에 공유한다.
이 같은 위험도 평가 공개에 앞서 정부는 지난달 23일부터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를 방역강화 대상국가로 지정했다. 이 조치에 따라 이들 국가에서 오는 입국자들의 신규 비자 발급이 제한됐다. 두 나라의 직항편 운항이 중지되는 한편, 부정기 항공편 운항 허가도 막혔다.
정부는 여기에 오는 13일부터 감염 위험도가 높은 방역강화 대상국가 외국인 입국자 전수를 대상으로 출발일 48시간 이전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한 방역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들 국가의 정기 항공편 좌석점유율을 60% 이하로 줄이고, 출국 후 재입국 시 허가를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방역강화 대상국가를 국내에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당 국가와의 외교적인 마찰을 우려해서다. 또 전 세계를 '감염 위험 지역'으로 지정했고, 현재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입국 후 2주간 자가격리 및 3일 이내 진단검사 조치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만큼 방역강화 대상국가를 굳이 국내에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0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국내에서 그 국가에 대한 정보를 굳이 알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국가에서 출국하는 사람들이 대상이고, 재외공관을 통해 이미 안내가 되고 있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오는 13일부터 카자흐스탄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항공편 출발일 기준 48시간 이내에 발급받은 코로나19 PCR 검사 음성 확인서 제출 의무화 조치를 지난 9일 주카자흐스탄 대한민국대사관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해당국 주재 대사관 홈페이지에 공지되더라도, 정부가 이 정보를 국내에 공개하지 않는 이상 국민들이 관련 정보를 일일이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해외 주재 대사관 홈페이지 접근성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을 원칙으로 하는 'K-방역'과 결이 다르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K-방역이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이라는 원칙 아래에 일상과 방역의 조화를 이룬 성공사례라고 말한다"며 "방역강화 대상국가 기준과 해당 국가를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건 정부가 누누이 말해온 K-방역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료진 입장에서 중요한 건 국민의 생명이기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카자흐스탄의 경우 원인 미상의 폐렴으로 1700여명이 숨졌다고 하는데, 정부가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을 경우 이런 위험성들도 감춰질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천 교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전파가 빠르기 때문에 그나마 안전했던 나라도 순식간에 방역강화 대상국가로 전환될 수 있다"면서 "우리 국민이 해당국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출국할 경우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강화 대상국가 지정 기준을 정부가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의 국가별 코로나19 위험도 평가 자체가 신뢰성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국가별 위험도에 따라 3단계로 나눠서 구분한다고 발표했지만, 위험도 지표와 판단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교수는 "정부가 공개하지 않는 위험도 지표와 기준이 객관성을 띠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며 "예컨대 위험도 지표가 인구 10만명당 누적 환자 수는 얼마인지, 그 나라의 검사 건수는 얼마이고, 방역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정부에서 이 기준들을 가지고 위험도를 제대로 평가하는지 국민들이 알 수 있어야 국민들이 정부의 조치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역의 성공은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조치를 따를 때 방역조치가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라며 "방역 기준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에 맞는 조치를 보여줘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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