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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걱정 뿐이셨는데···" 병원 화재 유족 '비통'

입력 2020.07.10. 12:20 댓글 0개
[고흥=뉴시스] 변재훈 기자 = 10일 오전 3시42분께 전남 고흥군 고흥읍 윤호21병원에서 불이나 2명이 숨지고 28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옥상 대피자들이 불빛을 비추며 구조요청을 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2020.07.10. wisdom21@newsis.com

[고흥=뉴시스] 변재훈 기자 = "황망합니다. 입원해서도 농사일 걱정 뿐이셨는데…"

10일 새벽 불이 난 전남 고흥군 윤호21병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A(69)씨의 주변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숨진 A씨는 지난달 중순께 교통사고로 손목이 다쳐 지역 한 병원 정형외과에 입원했다. 일평생 농사일에만 종사한 A씨는 치료를 받는 중에도 농작물 걱정 뿐이었다.

A씨는 3주 전 윤호21병원로 옮겨와서도 자녀들에게 '밭일은 누가 하느냐. 퇴원하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다.

A씨 아들(47)은 섣부른 퇴원을 했다가 행여 병세가 악화될까 거듭 만류했다.

아들은 "어머니는 농사를 지으며 온가족 뒷바라지를 하셨다"며 "아직도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슬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병원이 어머니를 보살펴줄 것이라 믿었는데 기대가 무참히 깨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A씨 아들은 같은 병원에 입원한 자신의 친구로부터 화재 소식을 듣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A씨 아들은 "불길이 치솟는 현장에서 어머니가 구조되길 2시간 넘게 기다렸다"며 "누구도 어머니의 소식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아무리 경황이 없었다지만 병원 관계자들은 어머니의 대피를 왜 돕지 않았느냐"며 "병원 측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숨진 A씨의 지인들도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A씨의 친구는 "평생 가족과 농사만 알던 사람이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지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지인은 "손목만 다쳤으니 거동에는 문제가 없었다. 불길에 화들짝 놀라 외투만 챙겨서 계단을 통해 몸을 피하려 했던 것 같다"라며 울먹였다.
[고흥=뉴시스] 변재훈 기자 = 10일 오전 3시42분께 전남 고흥군 고흥읍 한 병원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56명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내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0.07.10.wisdom21@newsis.com

이날 오전 3시42분께 고흥군 고흥읍 윤호21병원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에 의해 2시간18분만에 꺼졌다.

이 불로 A씨 등 여성 2명이 숨지고, 28명이 크고작은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28명 중 9명은 중증 환자로 분류됐다.

소방당국은 '1층 내과와 정형외과 사이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병원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최초 발화지점이 1층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A씨 등 사망자 2명 모두 2~3층 계단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연기에 질식돼 숨진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합동 현장감식을 벌여 정확한 화재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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