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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대다수, 기본소득에 부정적···"약자 더 빈곤"

입력 2020.07.09. 18:42 댓글 0개
"푼돈만 받게될 수도" "대규모 예산조달 쉽지 않아"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국내 경제학자 대다수가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지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실성이 있는 제도인지 의문이라는 견해가 대체적이었다.

한국경제학회는 9일 국내 경제학자 34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8일까지 실시한 '기본소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는 기본소득 도입 주장 논리와 반대 논리 등 각 4개씩 8개 문항에 대해 의견을 묻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본소득 주장 근거 중 하나인 '공공의 부(common wealth)'로부터의 배당 개념인 기본소득 도입은 당연하다는 문항에 대해 경제학자 73%가 부동의 의사를 표했다. 강한 부동의가 38%로 가장 많았고, 약한 부동의가 35%로 뒤를 이었다.

일부 저소득계층 등을 대상으로 선별적 복지에 집중하면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논거에 대해서도 부동의 입장이 72%를 차지했다. 전체의 44%가 강한 부동의 의사를 나타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도 "모든 소득계층에 의미있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없다"며 "엄청난 재원을 부채로 조달하면 정부가 파산할 것이고,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국가 전체적으로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어 "최하위계층에 지급하던 소득보전 금액을 회수해 전국민에게 균등 배분하면, 최하위 계층은 더욱 빈곤해지고 나머지 국민들은 푼돈만 받게된다. 이게 기본소득제도의 근본적 딜레마"라고 꼬집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모든 계층에 지급하기 보다 실업급여와 근로소득장려세제 강화 등 선별적 형태로 소득이 낮은 계층을 지원하는게 현실적일 수 있다"며 "대규모의 재정 수입을 필요로 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처럼 대규모 예산을 지속 조달하기는 현실에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홍인기 대구대 교수는 "능력에 따른 소득과 부에 대해 상당부분 과세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행정 비용과 사각지대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기본소득 도입에 동의했다.

'소득 재분배나 양극화 문제 완화에 있어 기존 사회안전망이 기본소득보다 더 효과적 수단이라 기본소득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55%가 동의 입장을 보였고, 27%는 부동의 입장을 나타냈다.

중립 의사를 표한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기본소득 전환에 수반되는 현실적 어려움과 재정부담을 생각하면 기존의 사회안전망이 더 효과적"이라면서도 "복지 전달체계로서의 일반적 효율성은 기본소득 형태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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