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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쫓겨나나"···韓유학생들 '잠 못 이루는 밤'

입력 2020.07.08. 04:39 댓글 0개
"유학생은 코로나19 걸리라는 건가"
방학 귀국 계획한 이들도 "불안하다"
[보스턴=AP/뉴시스] 지난달 21일 미국 보스턴 대학교의 운영위원장이 교내 출입문에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전날인 6일 홈페이지에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을 개정한다며 "2020년 가을학기의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비이민자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2020.7.8.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잠이 오질 않아요". 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걱정과 위로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미국 체류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가 나오면서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전날인 6일 홈페이지에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을 개정한다며 "2020년 가을학기의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비이민자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발표에 따르면 F-1, 혹은 M-1 비자를 취득한 학생 중 가을학기 동안 대면수업을 하지 않는 대학, 혹은 언어 연수 프로그램에 등록한 이들은 미국에 남아있을 수 없다.

비자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수업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이 온라인 수업만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선 이조차도 쉽지 않다.

ICE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지에 따르면 유학생 비자로 알려진 F-1 비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대 1개의 수업, 최소 3학점만 온라인 수강을 할 수 있다.

또 자신이 최소한의 온라인 수업만 듣고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SEVP에 제출해야 한다.

직업 관련 연구 및 실습을 위한 M-1 비자를 소지한 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면 사실상 비자가 취소된다. 워킹홀리데이, 어학연수 중인 학생의 경우 M-1 비자를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

ICE는 "미국 내 유학생 중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학생은 출국을 하거나, 학교와 협의를 통해 병가를 내는 방안 등 비이민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대학들은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고심하고 있다고 NBC 뉴스 등은 전했다.

한인 유학생들은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학생을 볼모로 대학들의 비대면 수업 중단을 압박한 게 아니냐며 불만을 표했다.

미 대학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유학생 학비에 의존하는데 이대로라면 대학은 유학생을 잡기 위해서라도 대면 수업을 시작해야 한다면서다.

한 유학생은 온라인 게시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가시지 않았는데 유학생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든 말든 상관 없다는 것이다"라고 글을 올렸다.

"여태까지 공부한 게 아까워 떠날 순 없다"며 대면 수업을 시작한다면 수업을 듣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외국인 정책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한 학생은 "코로나19와 흑인 인권 운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며 "결국 보수 결집을 위해 외국인 박해 정책을 펴는 게 아닌가. 거기서도 가장 만만한 유학생을 건드린 셈이다"고 주장했다.

2020년 상반기 학기를 마치고 한국에서 여름 방학을 보낼 예정이었던 유학생들도 고심이 깊다.

한 유학생은 "예정된 항공편 취소를 고심 중이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는 미국에 돌아올 수 없게 막는 건 일도 아닐 것 같다"고 했다. 몇몇 학생들은 "이렇게 상황이 불안정한데 어떻게 한국으로 돌아가겠냐"며 "골치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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