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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선수 떠난지 열흘 만에···퇴출된 가해자들
입력 2020.07.06. 23:33 댓글 0개[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보살핌을 받아야 할 감독과 선배로부터 모진 가혹행위를 당한 고(故)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등진 지 꼭 열흘 만이다.
그를 괴롭혔던 가해자들이 스포츠계 퇴출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6일 오후 4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2020년 제4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주장 장윤정의 영구제명을 의결했다. 남자 선배 김모씨에게는 자격정지 10년이 주어졌다.
제명은 스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이들은 앞으로 대한철인3종협회가 주관하는 어떠한 행사에도 참가할 수 없다. 국내에서 트라이애슬론 이력을 앞세워 활동하는 행위가 완전히 차단된 셈이다.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부산의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만 22세의 꽃다운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내려야 했을 정도로 가해자들의 괴롭힘은 집요하고도 잔인했다.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감독은 2016년 8월 점심에 최숙현 선수가 콜라를 마셔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의 빵을 사와 먹으라고 지시했다.
최숙현 선수는 감독의 고압적인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 두려움에 떨며 밤새도록 먹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과 손 등으로 구타를 당한 후에는 '다시는 안 먹겠다'고 싹싹 빌어야 했다.
설거지를 하지 않아 뺨을 맞는 것은 놀랍지도 않은 수준이 될 정도로 김 감독은 최숙현 선수를 소속팀 선수가 아닌 구타의 대상으로 치부했다.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로부터 처벌 1순위로 지목된 주장 장윤정 역시 더 이상 트라이애슬론에서의 활동이 어렵게 됐다.
경주시청팀에서 절대 권력자로 통하는 장윤정은 최숙현 선수를 '정신병자'라고 칭했다. 폭력과 폭언은 물론 이간질을 통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막았다.
장윤정은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동료들에게 80~100만원 가량의 사비를 개인 통장으로 입금하도록 요구하는 등 금전 문제 의혹도 받고 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국제대회 메달을 거머쥔 장윤정은 이번 사태로 화려했던 커리어에 마침표가 찍혔다.
최숙현 선수는 지난 4월8일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이메일을 보내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철인3종협회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사망 나흘 전 최숙현 선수는 대리인을 통해 다시 한 번 철인3종협회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사망 후 열흘이 지나서야 협회의 처벌이 이뤄졌다.
가해자들이 체육계에서 사라졌다고 이들에 대한 처벌이 끝난 것은 아니다.
대구지검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해당 사건을 살펴보기로 했다.
체육계의 심판은 끝났지만 법의 심판은 이제 시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jkwo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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