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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독립기념일, 트럼프의 대규모 행사 독려에도 대부분 축소

입력 2020.07.05. 09:27 댓글 0개
워싱턴의 백악관은 예년보다 화려한 행사
거리 군중들은 눈에 띄게 줄어
바이든" 건국 시조들의 평등사상 이행 안되고 있다"
[워싱턴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7월4일 백악관 독립기념일 저녁 행사가 열린 백악관 남쪽 뜰에서 수백명의 초청객들과 트럼프부부가 미군 비행단의 성조기 낙하 게양식을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전면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미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의 축제와 기념행사들을 성대한 규모로 치를 것을 독려해왔음에도 4일 대부분 지역의 주 정부와 도시관리들은 이 날 주민들에게 과열된 열기를 자제하도록 권유하며 행사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대통령은 토요일 오후를 "특별한 저녁"이라며 대규모의 군중이 참여하는 불꽃놀이 등을 독려했다.

워싱턴에서는 타는 듯한 폭염에도 오후부터 백악관 부근 내셔널 몰 거리에 모여든 군중은 이 곳 저 곳의 가로수 그늘에 들어가 햇볕을 피했고 근처 백악관 남쪽 뜰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백악관 경축행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로 무르 익을 때 군용기가 벌이는 에어쇼와 예년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고 화려한 불꽃 놀이가 펼쳐졌다.

내셔널 몰의 군중은 지난 해에 발디딜 틈이 없었던 군중에 비하면 충격적일 만큼 드물었고 대개는 마스크를 쓰고 나타났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에서 온 패트 리와 버지니아에서 온 간호사 등 2명의 친구들은 모두 커다란 챙 넓은 모자 외에는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

"대통령이 이번 전염병은 곧 사라질 거라고 했다. 내 생각에도 마스크 쓰라는 얘기는 엉터리 같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숙소인 트럼프 호텔에 들어가면서 부터는 마스크를 꺼내서 착용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쟁기념관 앞에서는 국립공원관리국 직원들이 원하는 사람들에게 5개들이 천 마스크 한 봉지씩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것은 반드시 착용하라고 주는 건 아니다.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에서 에어 쇼와 폭죽놀이를 보러 온 부부와 두 딸 일가족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을 때에도 성조기 문양이 그려진 마스크를 일제히 쓰고 있었다.

엄마 지프 와트는 "우리 가족과 남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기로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가족안에서도 찬반이 엇갈리지만 "대체로 지지하는 편이다. 캘리포니아 남부는 사회주의 경향이 있지만 나는 남들이 집에서 쉬라고 세금을 크게 올려서 그걸 내는데 지쳤다"고 말했다.

백악관 축하행사는 남쪽 뜰에 수 백명의 초청인사만 참석했으며 꽃과 성조기로 장식된 테이블이 마련되었다. 군악대 록밴드가 음악 연주를 맡았고 손님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초대손님은 의사들, 간호사들, 경찰과 군 장교들, 각 행정부의 관리들이라고 백악관의 저드 디어 부대변인은 말했다. 이번 파티는 코로나19 일선에서 싸우는 공무원과 의료 노동자들의 "무한한 헌신과 용기"에 대한 감사를 주제로 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하지만 전국 각지의 주 정부는 이번 봄 코로나19의 극성기 동안에도 보지 못했던 놀라운 속도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해서 사람들에게 독립기념을 행사와 군중 모임을 자제하도록 권했다.

한 때 코로나19의 중심지였던 뉴욕에서는 최근 며칠 동안 감염률의 신기록을 거듭한 뒤여서 군중 모임을 하지 말라고 권했다. 해마다 엄청난 관중을 끌어모으던 '네이선스 7.4 핫도그먹기 대회' (Nathan's Famous July Fourth )도 무관중으로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화상으로 치러졌다. 시간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너머로 화려한 폭죽놀이가 벌어지고 중계방송이 시작되기 직전으로 정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유명한 독립선언문 서명자들의 후손들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체 인디펜던스 몰에서 자유의 종 타종식을 가졌다. 관중들은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잔을 부딪치거나 냄비를 두들기고 종을 울리면서 참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축제의 열기안에 끌어들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조지 워싱턴 등 역대대통령 초상이 새겨진 사우스 다코타주의 러시모어 산까지 가서 3일 밤 전야제 불꽃놀이 행사에 참여했고 개막 연설에서는 최근 인종차별 철폐운동가들이 노예제도와 관련된 동상들의 철거에 나선 것을 두고 " 우리 역사를 말살하는 야만적인 운동"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아무리 트럼프가 애를 써도 코로나19 감염의 검은 그림자는 대통령 주변에까지 근접하고 있다. 대통령의 기금모금자이며 장남의 여자 친구인 킴벌리 길포일이 확진자가 되었다고 선거본부에서 발표했다.

독립선언서 낭독 244주년을 맞는 올해의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어쩔 수 없이 연설에서 "지난 몇 달 동안에 우리 미국의 정신은 수많은 무서운 도전에 직면해서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반면에 그의 대선 라이벌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이 날 성명을 발표, "미국은 독립 당시의 건국 이념에 '제대로 부응해서 살아오지 못했다'면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지만 오늘날에 와서야 이 나라에서 조직적이고 제도적인 인종차별의 뿌리를 뽑아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국 40개주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독려에도 대부분 지자체들은 불꽃놀이와 행진 등 전통적 행사를 취소하고 주민들에게 모임을 금지하는 쪽을 택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3일저녁 기준으로 신규환자가 하루 5만2300여명 발생했으며 지금까지 총 사망자는 12만 9000명이 넘는다고 존스 홉킨스대학 코로나 팀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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