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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전력 판매로 보는 코로나19 여파···산업용↓·주택용↑

입력 2020.07.05. 06:00 댓글 0개
지난달 산업용 전력 판매량 6% 감소…두 달 연속 하락
주택용 판매량은 5.6% 늘어…지난해 9월부터 오름세
코로나19에 남아도는 전기…전력 예비율 25%에 달해
무더위 예고에 '여름철 누진제' 혜택 가구 확대 전망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놨습니다.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이런 분위기는 최근 전력 판매량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5일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속보를 보면 지난 4월 전력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 줄어든 4만475GWh로 집계됐습니다. 3월 0.5% 감소에 이어 2개월 연속 내림세가 이어졌는데요. 이는 전체 전력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탓입니다.

먼저 한전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요. 전기요금은 계약종별로 앞에서 언급한 산업용을 비롯해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 심야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각각 판매단가를 다르게 적용해서 최대한 공정하게 요금을 적용하기 위한 장치인데요.

2018년 기준으로 보면 산업용 전력 판매 수입이 전체의 54.5%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일반용(26.6%), 주택용(13.6%), 교육용(1.6%), 농사용(1.5%), 심야(1.5%), 가로등(0.7%) 순으로 많았습니다. 물론 고객 수로 따지면 주택용이 1531만7000호(65.2%)로 가장 많습니다.

다시 지난 4월 전력 판매량을 살펴보면 산업용은 2만2636GWh로 전년 대비 6.0% 감소했습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2.1% 상승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이어지지 못하고 3월부터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원활한 공장 가동이 어려워지면서 전기 사용량도 줄어든 것으로 풀이됩니다.

시·군·구별로는 경기도 화성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산업용 전기를 사용한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곳은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제조기업이 밀집된 지역으로 꼽힙니다. 이외에 울산 남구, 전남 여수, 울산 울주군, 충남 아산 등도 산업용 전기를 많은 쓰는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반대로 주택용 전력 판매량은 지난 4월 기준 전년 대비 5.6% 늘어난 6101GWh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9월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었던 지난 3월에는 전력 판매량이 9.7%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당시 재택근무자가 많았고 휴일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늘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시·군·구별 주택용 전기 사용량을 살펴보면 경기도 수원이 가장 많았고 경기 용인, 경남 창원, 경기 고양, 경기 성남, 경기 화성이 뒤를 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수치는 인구수에 많은 영향을 받겠지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수원의 인구는 약 119만 명으로 울산광역시보다 5만 명가량 많았습니다.

[세종=뉴시스]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사진=한국전력 제공)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줄면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기도 남아돌기 시작했는데요. 지난 4월 전력 공급예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포인트(p) 늘어난 25.0%에 달했습니다. 이 수치는 1월 15.0%에서 2월 19.1%, 3월 23.9%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전력 공급예비율은 전국의 발전소에서 당장 공급할 수 있는 발전량 가운데 생산되지 않은 전력량 비율을 뜻합니다.

지금 분위기로는 전기를 팔아 돈을 남기는 한전의 실적이 걱정되는 수준인데요. 그래도 올해 여름철 무더위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여름철 기준 역대 가장 많은 전력 공급능력을 확보해뒀습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국제 유가가 역대급으로 싸졌기 때문에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한전은 오히려 흑자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에 따르면 올해 피크시기(최대 전력 수요 기록 시기)는 7월 다섯째 주에서 8월 둘째 주 사이로 예상됩니다. 피크시기 공급능력은 1억19만㎾에 달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외부 활동이 줄어든 만큼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에 따른 수혜 가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달부터 8월까지 적용되는 여름철 누진제 덕분인데요.

지난해 한전은 매년 7~8월에 한해 누진 구간을 늘리는 전기공급 약관 변경안을 산업부에 제출해 최종 인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누진 구간은 3단계로 나눠집니다. 1단계 요금(93.3원)은 원래 200㎾h까지만 적용되지만 7~8월에는 누진 구간이 완화되면서 300㎾h 이하로 늘어납니다. 2구간(301~450㎾h)과 3구간(450㎾h 초과)은 각각 1㎾h당 187.9원, 280.6원을 내야 합니다.

지난해에는 약 1472만 가구가 할인 혜택을 적용받았고 총 2843억원의 할인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이는 가구당 월평균 요금 9600원(16.7%)을 깎아준 것과 같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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