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박지원의 교각살우

입력 2017.09.13. 09:31 수정 2017.09.14. 08:06 댓글 1개
김종석의 무등데스크 무등일보 편집국장

먼 옛날 중국에서는 소에게 달게 될 종을 처음 만들 때 뿔이 곧게 나 있는 멋진 소를 골랐다. 그리고 소에서 피를 뽐아 낸 다음 종에 뿌리고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시골의 한 농부가 제사를 지내기 전에 사용할 소를 보니 뿔이 삐뚤어져 있었다. 그래 농부는 뿔을 바로 잡으려고 뿔과 나무를 연결했다. 그랬더니 뿔이 바로서지 못한 채 아예 빠져버리고 말았다. 제사는 고사하고 그만 소가 죽고 만 것이다. 사자성어인 교각살우의 유래다.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이다.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오히려 지나쳐 일을 그르치는 우를 범할 때 나타내는 말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의 ‘교각살우’ 비유가 논란이다. 국회는 지난 11일 오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해 찬성 145 대 반대 145로 부결시켰다. 보수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와 국민의당 절반 이상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됐다. 박 의원은 부결 직후 페이스북에 “유구무언입니다. 교각살우?”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때까지 박 의원의 교각살우는 “호남출신 김이수 후보자 임명을 부결시키는 우를 범해 호남지역에서는 국민의당에 역풍이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김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추천이 구 민주당이고, 당시 원내대표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 추천했기 때문이다.

사실 호남으로선 고창 출신 김이수 후보자의 부결 논리를 선 듯 동의할 수 없다. 먼저 보수 정당들의 색깔론 제기가 그렇다. 그들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김 후보자가 반대 소수의견을 냈다며 ‘좌파 헌법재판관’이라고 낙인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여당이었을 때는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안검사 출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관철한 전력이 있다. 국민의당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 김 후보자가 군내 동성애를 웅호했다는 논리는 어설프다. 김 후보자는 군 형법의 일부 조항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당이 지역민이 적폐세력으로 여기는 보수 정당의 ‘이념 덧씌우기’에 가세한 점을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의당 내부에서 반발이 일자 박 의원은 같은날 오후 5시 페이스북을 통해 ‘교각살우’의 우는 정부.여당이 범했다며 화살을 돌렸다. 특히 부결 직후 안철수 대표가 “지금 20대 국회에서는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가진 정당”이라며 존재감을 과시한 이후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청와대에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류영진 식약처장 등을 살리려다 김이수 후보자가 부결됐다”며 “청와대의 신경질적인 반응, 여당의 국민의당 탓, 안철수, 호남 운운하면 안 된다”고 했다. 박 의원의 ‘교각살우’의 우가 정부여당이 범했는지, 아니면 국민의당이 범했는지 향후 호남민심이 판가름할 것이다. bellsto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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