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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박지원 '시프트 효과'···文대통령 남북 관계 승부수

입력 2020.07.03. 18:40 댓글 0개
한미 관계 → 남북 관계 무게추 이동…패러다임 변화 상징
대북 정보통 서훈, 文옆 전진 배치…지북파 앞세워 돌파구
DJ 측근 박지원, 재등용…6·15 시대 前 회귀 불가 메시지
서훈 NSC 체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활동 공간 보장 기대
CIA 출신 폼페이오와 교감…한미 관계 연착륙 긍정 효과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서훈 국정원장이 3일 오후 청와대 대브리핑룸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2020.07.03.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20년 전 6·15 남북 정상회담의 첫 물꼬를 튼 주역인 박지원 전 의원을 국정원장으로 파격 발탁한 데에서 남은 임기 동안 남북 관계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다.

북한이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에 일군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선언을 부정하며 남북 간 '평화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위기가 감지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칫 한반도의 첫 평화를 알렸던 6·15 시대 이전으로도 회귀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상징적 인물인 박 전 의원을 국정원장으로 배치했다고 볼 수 있다. 인사를 통해 북한을 향한 강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박지원 국정원장 카드가 남북 관계의 상징성이 보다 강하다면, 서훈 안보실장 카드는 향후 한반도 정세를 실질적으로 풀어감에 있어서 기존의 한미 관계에 무게 중심을 뒀던 데서 벗어나겠다는 실용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정의용 실장을 중심으로 짜여졌던 1기 안보실 체제가 대미 외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서훈 실장의 2기 체제에서는 대북 관계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점을 인사를 통해 대내외에 공식화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지난 3년 간의 접근에서 벗어나, 북한을 통한 미국의 변화를 가져가겠다는 한반도 정세 패러다임의 전환을 알린 것이다. 자리 이동을 통한 변화, 이른바 '서훈·박지원 시프트(shift)' 효과를 겨냥한 전략적 선택이다.

서 실장은 이날 "우리 정부 들어 남북 관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하되 때로는 담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서훈 시프트'를 통한 더 큰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대북 정보통인 서 실장은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대해 보고할 수 있다.

정보기관 수장으로 다져온 특유의 해외 정보기관과의 네트워크의 활용도 가능하다. 북미 비핵화 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한미 관계의 '주파수'를 다시 설정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이 이날 고별사에서 후임자인 서 실장을 가리켜 "문 대통령을 보좌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한 것도 이러한 특수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안보실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이끈다는 점에서 통일부 장관과의 긍정적 관계 설정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미외교 중심의 기존 NSC 체제보다 통일부 장관의 활동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청와대 내에 북한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지북파(知北派)'가 필요하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은 3일 신임 국정원장에 민생당 박지원 전 의원(왼쪽), 국가안보실장은 서훈 국정원장,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4선 원내대표 출신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 2020.07.03. (사진=뉴시스 DB)photo@newsis.com

문재인정부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후임을 찾는 국면에서 "큰 틀에서의 로드맵을 먼저 세우고 그에 따르는 인사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던 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유럽연합(EU) 화상 정상회담에서 밝힌 11월 미국 대선 이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른바 '중재자' 내지는 '촉진자' 역할에 올인하겠다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데 적잖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4개월 남은 대선 전까지 북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여지가 적다.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과 정면돌파전으로 압축되는 '새로운 길'을 걷고 있어 북미 정상 간 접점을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오는 7·27 정전협정체결일을 기점으로 '북미 종전선언' 을 추진한다면 북미 정상 모두의 관심을 붙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체제안전보장을 요구하는 북한을 위한 '협상 칩'이 될 수 있다.

나아가 평창동계올림픽 직전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통해 평화의 물꼬를 텄듯, 오는 8월 대규모 한미연합 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단을 통한 '평창 구상 2'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평가다.

북미 정상이 마주 앉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정치적 의미의 종전선언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카드가 매력적일 수 있고, 문 대통령은 2년 전에도 같은 환경을 조성한 바 있다.

다만, 남북 관계의 변화 속에서 비슷한 방식의 접근이 유효할지 여부와 트럼프 대통령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인할 만한 카드가 더 필요하다는 점이 극복 과제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변화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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