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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사자>팔자'···풀리지 않는 내 집 마련 '갈증'

입력 2020.07.03. 11:45 댓글 1개
6·17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 수요 증가 지속
수도권 전역 규제에…서울로 매수세 회귀
전국도 수요>공급…2017년 8·3 이전 복귀
매수 갈증 큰 30대, 부동산 정책 감당 못해
문 "발굴해서라도 늘려라"…국토부 전향적 검토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정부 6·17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9.8를 기록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현장 공인중개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급과 수요를 0~200 사이의 점수화해 해당 지역 내 수급 상황을 나타내는 데 사용한다.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더 많고, 200에 가까울수록 그 반대라는 의미다. 이 지수가 상승했다는 것은 한 주 사이 공급에 비해 수요가 더 많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최근까지 정부의 지난해 12·16 대책의 영향으로 내림세를 지속해왔다.

올해 1월 첫째 주 109.4에서 시작해 이후 지난 3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것을 의미하는 기준치(100)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하락을 이어가 지난 5월 둘째 주 94.9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절세용 매물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오름세로 전환했고 지난달 기준치를 다시 회복한 이래 금주에는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다시 집주인이 주도권을 쥐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으로 전환된 상태다.

전세시장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금주 112.1을 기록해, 지난주 110.4 대비 1.7포인트 올랐다. 이는 올해 1월 첫째 주(113.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경우 117.0을 기록해 수급 불균형이 서울 전체에 비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부가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으로 묶자 경기, 인천 등에서는 매수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는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금주 107.3를 기록해, 전주(107.4) 대비 하락해 지난 5월 이후 약 한 달 만에 내림세다. 인천도 같은 기간 106.7에서 102.2로 떨어졌다.

사실상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에서 아파트 매수가 쉽지 않게 되자 '기왕이면 서울 아파트'라는 판단으로 서울로 투자 수요가 다시 유입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이 같은 '풍선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정부 규제 지역에 포함된 대전, 충북의 경우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 등의 영향으로 매매수급 지수가 하락하는 등 수요가 감소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대전의 경우 금주 매매수급지수가 109.9를 기록해 지난주(117.2) 대비 수요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충북도 같은 기간 100에서 96.4로 떨어져 공급이 수요보다 더 많아졌다.

하지만 이들 시·도와 인접한 충남은 최근 2주 새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충남의 매매수급지수는 금주 105.2로 나타나 최근 2주간(97.7→103.3) 오름세가 커지고 있다.

정부 규제 이후에도 서울과 지방 일부 지역에서 시장 불안이 지속되자, 전국 아파트 매매시장도 공급보다 수요가 늘어나 3년 만에 집주인 우위의 시장으로 전환되며 주택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금주 100.1을 기록해, 2017년 7월 말 100.1을 기록한 이후 최근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6·17 대책이 그동안 '내 집 마련' 갈증이 컸던 30대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0대는 그동안 모아둔 자산은 적고, 청약 가점은 부족해 주택 매매시장에서 소외돼 왔다. 이에 집값이 최근 몇 년간 널뛰기를 반복하자 30대들의 주택 매수 행렬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매입한 연령대는 30대로 전체의 30.7%의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도 이에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부동산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최근 3년간(2017~2019년) 주택공급량은 평년 수준을 웃도는 수준이고,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020년 이후 공급할 아파트는 총 77만호에 달한다며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다.

전국 주택공급량은 ▲2017년 56만9000호 ▲2018년 62만7000호 ▲지난해 51만8000호로, 최근 10년(2010~2019년) 평균 45만7000호를 웃돌고 있다. 서울의 경우도 10년 연평균 6만9000호보다 많은 ▲2017년 7만1000호 ▲2018년 7만8000호 ▲지난해 7만5000호가 공급됐다.

하지만 이 같은 공급 증가 상황에서도 수도권 인구 증가세가 더 가팔라, 지난해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추월한 상태다.

국토부는 주거복지로드맵,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 등을 통해 ▲올해 10만1000호 ▲2021년 11만6000호(사전 청약물량 9000호 포함) ▲2022년 11만호 ▲2023년 11만7000호 ▲2024년 10만5000호 ▲2025년 이후 22만1000호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수도권 내 늘어나는 주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 "정부가 상당한 물량을 공급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공급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이에 국토부도 공급 정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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