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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어도 길어지는 초저물가···"경기 회복기대감 적은 탓"
입력 2020.07.02. 14:49 댓글 0개국제유가 하락·무상교육 등 공급 요인에 수요 부진 겹쳐
"유동성 공급 물가 영향 제한적, 자산가격 상승에만 영향"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지난달 소비물가상승률이 0%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마이너스(-)는 면했지만 여전히 초저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고 국제유가 하락이 물가 상승 압력을 제약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100)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보합(0.0%)이었다. 지난 5월(-0.3%) 역대 두 번째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데서 간신히 벗어난 모양새다.
다만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따지면 -0.01%로, 초저물가 흐름에 반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물가상승률은 국제기구 매뉴얼 상 소수점 첫 번째 자리까지만 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지난해 9월(-0.4%)이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최초였다. 올해 들어서는 1월(1.5%)부터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했지만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한 지난 4월(0.1%)부터는 0%대로 내려앉았다. 일각에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이유다.
한국은행이 최근 제시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0.3%다. 지난해(0.4%)보다 0.1%포인트(p) 낮아지는 것으로, 현실화된다면 역대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당분간 0% 내외의 저물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한은은 내다본다.
지난달 물가 상승이 여전히 제약을 받고 있는 데에는 공급측 요인과 수요측 요인이 혼재해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휘발유(-13.8%), 경유(-19.3%), 자동차용 LPG(-12.1%), 등유(-16.2%) 등 석유류가 15.4%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68%p 끌어내렸다.
이와 함께 고등학교 납입금(-68.0%) 등 교육 분야 정책지원에 따라 공공서비스가 2.0% 하락한 원인이 컸다. 석유류 국제유가 하락과 공공서비스 물가 하락이 전체 물가에 미친 기여도는 -0.96%p나 된다.
이를 일부분 끌어올린 건 전국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뿌려진 긴급재난지원금이었다. 농축수산물 가운데 이른바 '집밥' 수요가 늘면서 돼지고기(16.4%), 국산 쇠고기(10.5%) 등 축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10.5%나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에 0.24%p 기여했다. 소파(12.1%), 식탁(10.8%), 장롱(3.8%) 등 가구류의 가격 상승도 공업제품 물가하락을 일부 봉쇄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향후 전망에 대해 "6월까지 국제유가가 상승했기 때문에 석유류가 상승하고 최근 소매판매(소비)가 살아남에 따라 수요 증가가 일부 나타날 것"이라며 "반면 교육부문의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은 계속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0.2% 오르는 데 그치는 등 기조적인 저물가 현상이 오래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는다. 근원물가는 지난해 2월(1.1%) 이후 1년 4개월째 0%대다.
이는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미약하다는 근거로, 최근의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뜩 낀 상황에서 수요 증가가 좀처럼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물가가 올라갈 정도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유동성 공급이 소비자물가에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자산가격 상승에만 영향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한편 장기간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향후 1년 뒤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인 1.6%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경제 주체들의 경기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향후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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