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6월의 강(江)

입력 2020.06.29. 18:29 수정 2020.06.29. 19:37 댓글 0개
최민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문화스포츠에디터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인 1950년 6월 우리 겨레는 민족사 최대 비극인 동족상잔으로 모두가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삶터와 국토 구석구석이 처참한 폐허 상태로 변하고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공포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평화롭던 그해 6월 25일 일요일 새벽 선전포고도 없이 시작된 '한국전쟁' 과정에서 남북이 서로 들이댄 총칼로 주검과 피가 산하 곳곳에 넘쳐났다. 3일 만에 수도 서울을 빼앗겼고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국군과 유엔군은 38선을 넘어 북진했으나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집에 돌아갈 거"라는 맥아더 장군의 호언장담은 중국군 개입으로 허언이 됐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하던 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으로 포성이 멈췄다.

전후 잿더미 위에 집과 건물을 세우고 공장을 가동하며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기적을 일궈냈지만 주린 배를 채워준다며 시작된 군부독재는 또다른 폭력과 공포로 국민들을 옭아맸다. 유신독재를 이은 신군부 또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분출된 민주화 열망을 군화로 짓밟았다.

급기야 1987년 6월 이른바 '6·10 민주항쟁'으로 민주화의 물꼬를 텄지만 진정한 민주주의가 자리잡기까지 적지 않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남북은 완전한 종전선언을 못한 채 냉전의 유산으로 아직도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사적 평양 방문에 이어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남과 북은 평화의 교류의 빗장을 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의 만남이 있었지만 최근의 남북관계는 다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계제로'가 돼버렸다.

잠잠해지는 듯 했던 '코로나19'사태는 수도권 등을 휘젓고 그동안 청정지역으로 분류됐던 광주·전남지역으로 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렇게 우리는 버거운 '6월의 강'을 건너고 있다.

소설가 김훈은 "인간은 사회적, 공동체적 존재라는 전제하에서 주장되고 있는 모든 가치가 개별적 존재 속에서 구현되지 않으면 공허한 것"이라고 했다. 모두의 가치가 존중받는 풍토가 만들어질 때 살만한 세상이 만들어진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의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뿐 적셔도 좋으련"이라는 싯구처럼 7월엔 이런 나날들이 오기를 그려본다. 최민석 문화체육부부장 cms20@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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