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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와 예술가 사이에서
입력 2017.09.11. 19:59 수정 2017.09.13. 08:42 댓글 0개롯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목수 김씨의 아홉 번째 개인전 ‘개와 의자의 시간’을 둘러보고 작가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목수 김씨는 자신의 작품을 굳이 예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창조적인 목공작업을 왜 그렇게 비하하느냐는 질문에 “비하하는 게 아닌데...”라고 그는 대답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질문이 전제부터 매우 어리석고 무례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과 사물의 기원’에서 장 그노스라는 가상적 저자를 내세워 “차라리 조폭이 더 나아. 체제의 옹호자들. 질서의 노예들. 슬로건을 만들어내는 작가들과 캠페인을 벌이는 예술가들!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말이 예술가지. 세상에서 가장 경멸스런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던 그가 아닌가. 예술가에 대한 생각이 이럴진대 자신의 작품이 예술이라 불리든 그렇지 않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현대성의 형성-서울에 딴스홀을 許하라’를 펴내며 중요한 현대문화 연구자로 알려져 온 김진송은 마흔 살 무렵부터 목수의 길을 걷게 된다. 어느 날 “집 짓는 대목은 못 될지언정, 주변에 있는 나무를 주워와 쓸모를 찾는 목수라면 못할 것도 없겠다”(‘목수일기’) 싶어서였다. 목수 김씨를 필명으로 쓴 책도 여러 권 펴냈다. 문명과 지식에 대한 깊은 회의와 불만이 그를 수공업적 창조의 세계로 이끌었던 것일까. 목수 김씨는 나무를 깎고 다듬어 무언가 만드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상상력의 단초들을 이끌어내었고, ‘목수일기’‘상상목공소’‘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등은 그 대표적인 저작들이다.
희랍어로 ‘만들다’라는 뜻인 ‘포이에시스(poiesis)’는 원래 기술적 제작과 심미적 창조를 아우르는 개념이었다. 예술(art)의 기원인 라틴어 ‘아르스(ars)’와 희랍어 ‘테크네(techne)’도 그리 멀지 않은 말이었다. 이렇게 예술 장르들이 분화되기 이전에는 장인과 예술가의 구분이 따로 없었고, 그들의 작업과정에서 머리와 손은 따로 움직이지 않았다. ‘김진송’이라는 인문학자와 ‘목수 김씨’라는 장인 역시 한 사람 속에서 협업하는 두 페르소나(persona)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주요 테마인 ‘개’와 ‘의자’는 그의 다른 저서에서도 흥미로운 우화로 다루어진 적이 있다. ‘개와 의자의 기원’이라는 작품은 아홉 개의 조각들을 나열함으로써 네 발 달린 개가 의자를 거쳐 두 발로 직립한 인간의 형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그 뒤로도 의자와 개는 인간과 더불어 수많은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 의자는 개의 행동양식을 닮아 진화했고, 인간은 의자 모양에 따라 행동했으며, 개는 또 그런 인간을 따라하는 식이었다.” 따라서 인간과 개와 의자, 이 트라이앵글을 잘 관찰해보면 거기에는 인간의 본성과 문명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일반적인 진화론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가 말하는 개와 의자의 기원을 듣고 있으면 어쩐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것은 아마 진리를 자처하며 다투지 않고 타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펼쳐내는 이야기와 상상력 덕분일 것이다.
‘개가 되고 싶은 의자, 의자가 되고 싶은 개’라는 작품에는 의자의 형상과 개의 형상이 뒤섞여 있다. 인간을 사이에 두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문명의 그물코를 만들어 온 개와 의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형상의 개와 의자들이 있다. 다리가 없는 의자부터 다리가 한 개, 두 개, 세 개인 의자도 있다. 의자의 다리는 언제나 네 개라는 상투적 관념을 깨뜨리며 의자의 새로운 쓸모를 창안해내는 의자들. 이렇게 목수 김씨의 글과 목물들은 자명한 사실이나 친근한 사물에 대해 기원부터 다시 생각해보고 그 무한한 변용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진정한 예술가란 사실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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