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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세웠던 김종인-원희룡, '기본소득' 고리로 정치적 교감?

입력 2020.06.23. 11:26 댓글 0개
김종인·원희룡 '기본소득' 토론회 나란히 참석
김종인 "한국식 기본소득제 만들 수 있지 않나"
원희룡 "대전환, 대가속의 시기…국가역할 중요"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원희룡 제주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2020.06.2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최서진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3일 기본소득제를 다루는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킹 메이커'와 보수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잠룡'이 기본소득을 고리로 정치적 교감을 쌓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과 원 지사는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사회안전망4.0포럼과 제주연구원이 '사회안전망 4.0과 기본소득제'라는 주제로 마련한 정책토론회에서 조우했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제 검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범위 내에서 한국식 기본소득제도를 만들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안전망이 과연 어느정도 충실하게 갖춰졌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며 "그간 우리나라가 여러가지 측면에서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고 있지만, 사회안전망 자체가 그렇게 원활하게 작용해서 약자를 보살피는데 충분하지 못한 게 현재 여건"이라고 짚었다.

이어 "최근 OECD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빈곤율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나라"라며 "경제는 잘 성장했다고 하지만 사회 기반을 놓고 봤을 때 불평등이 심화된 나라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시정하지 않고서는 과연 한국이 경제성장으로 인해서 국민의 행복을 충족시키는 나라라고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이 나오니까 사람들이 상당히 당황하고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분들이 너무 많다"며 "최근 기본소득이 갑작스럽게 선진국을 비롯해 거론되기 시작한 연유는 옥스퍼드대 칼 프레이 교수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에릭 브린욜프슨, 앤드루 맥아피 같은 학자들이 4차산업이 가져오는 대량 실업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기본소득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6년 이래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는데 과연 우리는 기본소득을 어떻게 바라보고 우리나라의 도입 가능성을 생각할 것인가, 이 점에 대해 아직도 논란이 굉장히 분분하다"며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경제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는 만큼 이런 전제하에 한국식 기본소득제 검토를 제안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팬데믹, 기후변화, 디지털 인공지능을 거론하며 "대전환, 대가속의 시기에 우리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며 "개인의 책임, 시장의 기능만이 아니라 국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담대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원 지사는 "지금까지 국민은 국가를 위한 의무를 다해왔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압축성장으로 세계사의 성공사례가 되었다"며 "하지만 국민은 청년부터 노인까지 삶의 위험에 처해 있고, 대전환의 불확실함을 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 이것이 대전환의 시기 가장 중요한 국가의 의무"라며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한번의 의무교육으로 국가의 역할이 끝났다. 대학입시 한 번으로 인생이 좌우되는 시대와는 이제 작별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원희룡 제주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2020.06.23. photocdj@newsis.com

또 "기본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한 기본보장도 필수적"이라며 "교육과 소득보장 ,주택과 의료를 비롯한 각종 차별의 해소를 위한 사회경제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국민의 역량강화, 위험보장, 소득보장, 자산형성 4가지에 대한 국가의 기본책무(National Basics)를 위해 할 일이 많다"면서 "기본보장 확대의 여러 방안 중에 기본소득논의도 자리하고 있지만, 기본소득론은 그 실행과 관련해 많은 생각할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원 지사는 지난 9일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특별강연에서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담대한 변화를 주도했던 보수의 역동성이 대한민국 현대사의 핵심 동력이고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진보의 아류가 되어서는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원 지사가 보수 탈색을 시도하는 김 위원장의 당 쇄신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그 사람(원 지사)이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굳이 신경 쓸 게 뭐가 있겠나"라고 불쾌한 기색을 나타낸 바 있다.

이후 원 지사는 김 위원장이 데이터청 설립을 제안하자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데이터청 설립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며 제주도 유치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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