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마른 모델 금지법

입력 2017.09.11. 09:55 수정 2017.09.12. 08:08 댓글 0개
김종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대표이사

그녀는 165cm의 키에 체중은 31kg에 불과했다. 13세의 어린나이부터 섭식장애인 거식증을 앓았다. 거식증은 장기간 심각할 정도로 음식을 거절함으로써 나타나는 질병이다. 그녀는 2007년 이탈리아 사진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가 제작한 캠페인 광고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거식증 반대’라는 제목 아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등뼈와 얼굴뼈가 튀어나온 그녀의 모습이 담긴 광고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녀가 28살의 나이에 도쿄에서 일을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온 뒤 갑자기 숨지면서, 지나치게 마른 모델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프랑스에서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던 이사벨 카로(1981-2010)가 그녀다.

프랑스는 다음달부터 지나치게 마른 패션모델의 활동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한다. 이를 어기는 모델 에이전시나 브랜드, 디자이너 의상실에 7만5000유로(약 1억122만원)벌금 또는 6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는 법안이다. 또 패션모델에게 2년 이내의 건강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마른 모델 퇴출법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이스라엘에서 이미 시행중이다. 패션업계의 마른 모델 선호는 오래전부터 사회 문제였다. 비평가들은 패션업계가 마른 모델을 기용하면서 건강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신체 이미지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낸다고 지적해왔다.

세계적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모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공동헌장’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나섰다. 최대 명품 기업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와 케링 그룹이다. 루이뷔통모에헤네시는 루이뷔통이, 케링은 구찌가 대표 브랜드다. 두 기업이 거느린 패션 브랜드들은 프랑스 기준으로 34사이즈(한국 기준 44사이즈) 이하의 모델을 기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밀라노와 영국 런던, 미국 뉴욕의 런웨이에서 자사가 고용하는 모델들에게도 일괄적으로 헌장을 적용한다. 모델들의 근무 시간에 해당 패션 기업이 정신의학 전문의나 심리상담사를 직접 또는 원격으로 고용, 상담을 받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현대 여성들은 마른 몸매를 미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세계적 패션 흐름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다. 하지만 서양의 중세 시대에는 날씬함 보다 넉넉함이 미의 기준이었다. 중세 대부분 화가들은 ‘통통한’ 여성을 모델로 삼았다. 현재도 국가의 문화에 따라 미의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중남미 국가들은 아직도 깡마름 보다 넉넉한 여성을 선호한다. 브라질의 대표적 축제인 삼바축제의 여성들에게서 건강함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자신이 날씬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그래 연령대 구분 없이 다이어트에 매달리고 있다. 프랑스의 ‘마른모델 퇴출법’이 날씬함에 대한 우리의 기준도 바뀌길 바란다. 김종석 논설실장 bellston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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