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다양성과 포용성이 공존하는 대학

입력 2020.06.15. 15:46 수정 2020.06.15. 18:50 댓글 0개
김영만 경제인의창 전남대학교 前 공과대학장

얼마 전 미국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인종 차별 사건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세계 곳곳에서 일고 있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이다. 그가 숨을 거두기 전 몇 번이나 애원했던 말은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였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사회의 폐쇄성과 인종에 따른 배타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도 모르게 우리와 다른 민족과 인종을 차별하지는 않았는지, 특히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에게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다. 여성결혼이민자,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외국 유학생 등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는 다문화 국가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외국인은 이방인처럼 신기한 존재가 아닌, 익숙한 이웃이 된 지 오래다.

국제화 시대에 다양성과 포용성은 우리 시대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됐다. 살아온 방식과 문화가 서로 다른 인종들로 구성된 공동체에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겹과 결의 차이들이 공존하게 된다. 그 누구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공정한 기회를 누리며 차이를 인정함으로써 느슨하지만 조화롭게 공존하는 그리고 때로는 공동의 선을 위해서 긴밀하게 협력하는 공동체,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다양성의 가치다.

진정한 선진국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다문화 포용 역량을 갖추어야 하며, 관련 교육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요즘 대학가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증가하면서 다문화를 포용하고 다양성을 교육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외국인 학생들이 캠퍼스 곳곳에 모이거나 거닐며 여러 언어로 대화하는 모습은 이제 대학의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중국,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이슬람권 등 거의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캠퍼스'가 돼가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문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가지각색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캠퍼스에서 함께 어우러지려면 대학의 문화 포용력도 더 넓어져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을 낯설고 불편한 이방인쯤으로 여기기 쉬운데, 사실 그들은 문화와 역사가 다른 국가에서 왔을 뿐이지 한국학생들과 같은 대학생일 뿐이다. 서로 고유한 문화를 이해하려는 공간이나 기회가 많아져야 캠퍼스 문화도 풍부해질 것이다.

한국에 좋은 감정을 갖고 온 외국인 유학생들 중에는 한국인의 태도가 싫어져 도리어 나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친한파로 왔다가 혐한파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대학마다 외국인 유학생 지원을 위한 부서가 있고, 대학평가의 국제화 바람을 타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많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대학에서 차별받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다양성 능력과 감수성은 시대정신이자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이다. 이를 함양할 수 있도록 대학에서도 교양과목 뿐만 아니라 전공과목에 다양성과 포용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학생활동에서도 다양성 가치를 전파할 수 있는 비교과 프로그램을 권장하고 그런 기회를 체계적으로 대학에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 15만 시대, 이제는 양적인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그리고 다양성과 포용성이 공존하는 글로벌 캠퍼스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방안을 깊이 고민해야 할 때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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