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설> 중증 발달장애 아들과 극단적 선택한 엄마

입력 2020.06.07. 18:16 수정 2020.06.07. 18:37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50대 엄마가 20대 중증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다 큰 장애 아들을 오롯이 홀로 책임을 져야 했던 50대 엄마가 삶의 마지막 끈을 놓아버린 비극이다.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모자는 지난 3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관내 한 자전거도로 위 자동차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들이 어릴 때는 특수교육을 전담하는 학교에 다닐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심하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중증 상태의 성인 아들을 받아주는 전문 학교나 도움을 받을 관련 기관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코로나19'사태로 지원센터 등이 폐쇄되면서 집에만 머물며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난폭한 행동을 반복하는 아들을 도저히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엄마는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했다.

하지만 아들의 입원 생활은 그리 길지 못했다. 발달장애가 적절한 치료를 받아 치유되는 질병이 아닌데다 병원 생활 부적응으로 아들의 체중이 10㎏이나 빠진 때문이었다. 아들을 다시 집으로 데려왔지만 희망없는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깊은 절망 상태에서 결국 아들과 함께 극단의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자의 비극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광주지부 관계자들에게도 전해졌다. 부모연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발달장애인 청년과 그 엄마의 죽음'을 알리는 글을 띄웠다. 하루만에 2천여명의 동의를 얻은 글에서 부모연대는 "'세상 어느 부모가 제 자식의 숨을 끊게하느냐'고 하겠지만 저희는 그 미친 상상을 수시로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통령과 정부 측에 이들 발달 장애인과 그들을 보살펴야 하는 절망 상태의 부모들을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라도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그들이 호소한 최소한의 울타리는 주간활동 1:1 서비스 부활, 안전한 장소에서 개별 및 소수 돌봄 지원, 장애인 가족 지원 체계 등이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정부 등 관계 당국이 또 다른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들 장애인과 부모들이 처한 현실을 파악하고 보호 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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