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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저유가 쇼크 장기화···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압력 확대"

입력 2020.06.07. 12:00 댓글 0개
"올해중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 어려워"
[디어 파크(미 텍사스주)=AP/뉴시스]지난 2017년 8월31일 미 텍사스주 디어 파크의 쉘 디어 파크 정유공장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를 둘러싼 분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해 약화된 세계경제에 원유 공급 과잉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다. 2020.3.9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전례없이 폭락한 국제유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상당 기간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저물가 추세와 경기침체와 맞물려 추가적인 물가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7일 한국은행은 해외경제 포커스 '저유가 지속가능성 및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5월 이후 수급 불균형 완화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산유국간 이해 상충, 재고 누적 등으로 올해중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월중 국제유가가 2000년대 초반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폭락했다. 4월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23.3달러로 200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연초대비 79% 수준까지 추락하면서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위기 때를 뛰어넘는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기관들은 올해와 내년중 국제유가가 배럴당 30~40달러대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34달러, 내년중 48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고, 영국 옥스퍼드경제연구소(OEF)도 올해 38달러, 내년 44달러로 내다봤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세계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가 전례없는 침체에 빠진 점을 감안할 때 저유가가 저물가 상황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0.8%), 일본(-0.2%), 유로지역(-0.2%) 등 주요국의 물가상승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로 전환한 상태다.

미 셰일산업 부실로 이어져 미국의 경기회복을 저해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셰일산업 부실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부채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파산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다.

주요 산유국들이 부족한 재정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해외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해외 투자자금 회수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적더라도,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시기에는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취약 산유국을 중심으로는 국가 부도 위험도 확대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다만 취약 산유국들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직·간접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상존하는 한 원유 수요가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글로벌 물가하방 압력 증대 등을 통해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파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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