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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9n년생 기자가 본 '백년의 기억'...역사 다큐의 신선함

입력 2020.06.06. 06:00 댓글 0개
[서울=뉴시스] 영화 '백년의 기억' 공식 포스터. (사진=전국예술영화관협회)

[서울=뉴시스]이수민 인턴 기자 = "무슨 너는 다큐를 찍니?"

지루하거나 필요 이상의 진지한 이야기를 접할 때,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한다. 다큐멘터리의 본질적 메시지를 지우고, 논픽션의 딱딱함과 정직함을 강조한 뉘앙스다. 하지만 '논픽션'이 '픽션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면 말은 달라진다. 영화 '백년의 기억'은 과장과 거짓 없이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면서도 지속적인 흥미를 유발한다. 현실이, 상상을 뛰어넘은 결과다.

영화 '백년의 기억'은 일제 침략 이후 한반도 백 년의 기록을 제 3의 시선으로 담은 역사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철저히 흥미 위주인 상업 영화에 익숙해진 2030세대에게 상대적으로 구미 당기는 작품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오락보단 학습의 연장선이 되는 작품이 아닐까 예상했다.

영화는 예상대로 학습의 결을 따른다. 하지만 흥미는 상상 이상이다.

총 112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탄력적으로 흘러간다. 파란 눈의 이방인이 수집한 남북의 영상기록과 전 세계 남북문제 관계자들의 인터뷰가 교차되며 한반도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전달하는데, 여기에는 재미있는 장치가 하나 숨겨져 있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태권도 장면이 그것. 태권도는 남과 북이 공유하는 문화 중 하나다. '금강', '단군', '고려' 등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 태권도 동작을 삽입하여 각 이야기의 시작점을 제시한다.

긴 연대기를 다루는 작품인 만큼, 각 시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차용한 방식으로 보인다.덕분에 영화는 긴 호흡에도 늘어지지 않고 반복되는 형식에도 지루함이 없다.

영화의 기본 요소인 '남북의 역사적 사실'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뻔한 다큐멘터리의 틀을 벗어나 주체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여기엔 편집의 힘도 있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시선'이 아닌, '이방인의 시선'으로 담아 새로운 경험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알고 있던 사실을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 그 행위 자체로도 영화는 충분한 매력을 지닌다.

다시 말해 영화 '백년의 기억'은 테두리 밖 인물의 시선과 맛깔스러운 연출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덕분에 논픽션과 픽션의 느낌을 동시에 가져간다. 알고 있던 현실을 보면서도 "이렇게 놀라웠나?"를 생각하게 된다는 것. 이 지점이 다른 역사 다큐멘터리와 달리 가지는 큰 차별점이다.

마티유 판사드 촬영 감독은 남과 북이 공유하고 있는 언어와 역사, 노래, 음식, 예절 등을 담고자 했다. 두 국가는 분명 다르지만, 두 국가에 모두 머무를 수 있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공통된 문화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서로의 땅에 갈 수 없는 북한과 남한의 관객은 이들의 노력을 통해 '하나의 한반도'를 더 가까이 인식하게 된다.

[서울=뉴시스] 영화 '백년의 기억' 공식 스틸컷. (사진=전국예술영화관협회)

영화 '백년의 기억'은 전국예술영화관협회 소속 영화관에서 오는 11일 우선 개봉한다. 이후 다른 독립영화관들과도 동시개봉을 논의할 예정. 총 러닝타임 112분, 전체관람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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