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文대통령, 양산 자택에 애착 컸지만···'경호처 반대' 결국 수용

입력 2020.06.05. 17:54 댓글 0개
새 사저로 하북면 부지 매입…795평, 10억 6천만원
'삼면이 산' 경호에 취약…경호시설 위해 새 부지 매입
참여정부 시절 조용한 곳 물색 끝에 양산 매곡동 낙점
직접 고쳐가며 주거 공간 탈바꿈…10년 이상 정든 공간
[양산=뉴시스] 안지율 기자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로 사용될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의 사저 부지로 2630.5㎡(약 795평), 건물로 795.6㎡(약 240평)를 매입했다고 5일 밝혔다. 사진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전경. 2020.06.05. alk993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여 년 간 자신의 손때가 묻은 경남 양산 매곡동 자택을 떠나기로 했다. 세상과의 거리를 두기 위해 골랐던 조용한 공간이 경호적 측면에서 결정적 취약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규모를 줄이면서까지 퇴임 후 거주할 새 사저 부지를 매입할 수 밖에 없던 배경이기도 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5일 "문 대통령은 퇴임 후 경남 양산 하북면의 평산마을에서 지낼 계획"이라며 "기존 사저는 양산 매곡동에 있지만 인근의 하북면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매입한 사저 부지는 경남 양산시 지산리 하북면 363번지 일대 평산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사저 입구 도로까지 포함해 총 2630.5㎡(약 795평) 규모에 이른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공동명의로 지난 4월29일 매입을 마쳤다. 소유권 등기 이전까지 10억 6401만원이 들었다. 모든 비용을 대통령 사비에서 충당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 내외는 지난 3월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신고 당시 예금으로 총 15억 5007만원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일부를 사저 매입 비용으로 사용하고, 추후 매곡동 자택을 처분해 공사비용으로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평소 퇴임 후에는 양산 매곡동 자택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혀 왔던 만큼 평산마을의 새 사저 부지 매입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경호처에서는 경호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퇴임 후 양산 매곡동 자택에서 지내는 것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그때마다 문 대통령은 재검토 하라는 뜻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양산 매곡동 자택 뒷산을 산책하다 저수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9.30.

강 대변인은 "최종적으로 경호처는 (양산 매곡동 자택에) 도저히 경호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문 대통령은 국가기관이 임무수행 불가 판단을 내린 만큼 부득이하게 이전 계획을 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경호처에서는 문 대통령의 휴가 때마다 경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의 휴가 계획을 발표 때마다 보안에 각별히 신경을 썼던 이유도 양산 자택의 경호 문제 때문이었다.

양산 자택 앞으로 길게 조성된 입구를 제외하면 삼면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경호상 최악의 조건에 해당한다는 게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다. 잠재적 위협 요소까지 사전에 모두 제거하는 것이 경호처의 임무이지만 산을 통째로 경호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복귀한 뒤 사후 공개 방식으로 문 대통령의 연차휴가 사용 사실을 공개해왔던 것도 경호 문제 때문이었다. 사전에 미리 공개할 수밖에 없던 여름 휴가의 경우에도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양산 자택에 머물 것이라는 언급은 뺀 채 설명해왔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비서실장을 거치며 격무에 시달렸던 문 대통령이 세상과 거리를 두고 조용하게 살기 위해 마련한 곳이 현재의 양산 매곡동 자택이다.

스스로를 유배 보내는 심정으로 살 곳을 일부러 시골에서 찾다가, 추후 변호사 사무실까지 출퇴근이 가능한 곳 중에서 매곡동 자택을 고르게 됐다는 내용은 저서 '운명(2011)'에 비교적 상세히 소개 돼 있다.

[부산=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 매곡동 자택모습. (사진=뉴시스DB). 2012.04.08.

간신히 승용차 1대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넓은 마당이 나오고, 본채와 별채 뒤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쌓인 구조가 '인간 문재인'의 휴식에는 제격이지만, 경호 환경으로는 최악이었던 셈이다.

문 대통령은 2006년 매입 당시만 해도 그림과 조각을 위한 작업실로 쓰이던 공간을 하나 둘씩 직접 손을 봐가면서 주거용으로 적합한 공간으로 가꿔왔다고 '운명'에서 서술하고 있다.

2015년 9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편백나무숲, 산책로, 홍시와 밤송이 등으로 어우러진 자연환경 속 양산 자택을 그리워 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것들을 모두 버리고 나는 무엇을 얻고 있는 것일까요"라고 반문하며, 현실 정치의 한 가운데에서의 갈등과 고민, 괴로움의 심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