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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객전도(主客顚倒)
입력 2020.06.02. 18:52 수정 2020.06.02. 19:30 댓글 0개#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스타벅스 매장. 한 고객이 커피 300잔을 주문하고 '서머레디백' 17개를 받아갔다. 서머레디백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올 여름 사은품으로 내놓은 여행용 보조가방이다. 고객이 가방을 받기 위해 지불한 돈은 130만원. 한잔은 본인이 마시고 나머지 299잔은 매장에 둔 채 가방만 들고 갔다. 남겨진 커피 299잔이 무료로 제공됐지만 절반가량이 폐기처분 됐다.
서머레디백을 받기 위해서는 17장의 'e프리퀀시'를 모아야 한다. e프리퀀시는 일종의 온라인 스티커다. 음료 1잔당 1장을 준다. 5천원이 넘는 지정 음료 3잔을 포함해 17잔을 마셔야 가방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저렴하게 스티커를 모으더라도 최소 6만원을 결제해야 한다. 결국 이 가방은 6만원 짜리인 셈이다. 가방이 인기를 끌면서 각 스타벅스 매장마다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매장 문을 열기 한참 전부터 수십미터의 대기줄이 생겨나는가 하면 재고가 많은 매장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할 정도로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이렇게 받아낸 서머레디백은 웃돈이 얹어져 온라인 사이트에서 10만원대에 거래된다. 이 마저도 없어서 못 구할 정도라니 헛웃음이 나온다.
#나이키가 지난달 발매한 'SB 덩크 청키 덩키' 운동화는 12만9천원이다. 미국 유명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 앤 제리스와 콜라보한 제품이다. 이 운동화는 추첨방식으로 판매됐는데 발매 3일만에 '리셀(resale·물건을 재판매하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210만원에 거래됐다. 나이키가 지난해 11월 '빅뱅' 지드래곤과 협업해 출시한 21만9천원짜리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운동화도 400만원까지 치솟았다. 전 세계에 818켤레 밖에 없는 한정판이라 몸값이 수직 상승했다.
최근 20대를 중심으로 '리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매장 앞에서 수십 시간 줄을 서 물건을 구매하고 이를 비싼 값에 되파는 일은 더 이상 희귀현상이 아니다. '신종 재테크'로 진화하고 있다. 6만원짜리 가방을 받기 위해 커피 299잔을 버리고 24시간 줄을 서 구매한 십만원짜리 운동화가 수백만원에 거래되는 세상. '주객전도'의 이 현상이 쉽게 이해되진 않지만 이를 마냥 20대의 철없는 짓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미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세상은 이렇게 변화무쌍하고 빠르다. 그래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김대우 정치부 부장대우 ksh430@srb.co.kr
- [무등칼럼] AI 정치인이 인간 정치인과 경쟁하게 된다면? 르네상스 천재화가 라파엘로의 걸작으로 50인의 철학자 모습을 그린 '아테네학당'(1511). 그 프레스코화의 정중앙에 위치한 스승 플라톤과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 경험세계를 중시했기에 왼손에 '니코마코스' 윤리학 책을 들고 오른 손바닥은 땅을 향해 펼치는 동작을 하고 있고, 플라톤은 왼손에 쓴 책 '티마이오스'를 들고 오른손 검지를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있어 이데아, 우주창조, 관념 세계를 논하는 그의 이상주의적 철학을 암시한다.'기계인' 새로운 인류가 탄생한다느닷없이 2500년 전, 그리스 철학자 이야기일까. 이는 지난해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초 생성형 AI행사에서 김준하 당시 광주인공지능사업단장이 했던 기조강연 도입부 한 장면이다. 강연 제목은 '생성형 AI는 세상의 생성자 데미우르고스인가?'. 여기서 플라톤의 '티마이오스'에 등장하는 데미우르고스는 완벽한 이상적 형상을 본따 완전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창조했다고 하는 신적 존재다. 즉 우주제작자다. 그래서 우주와 세상이 데미우르고스에 의해 지능적으로 설계·운영되는 측면과 AI가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거나 시스템을 설계·운영한다는 점을 비교할 때 어쩌면 AI는 데미우르고스와 비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일각에서는 AI를 독일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의 발명에 빗대기도 한다. 미국 전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와 구글 전CEO 에릭 슈밋, MIT학장 허튼 로커 공저인 'AI 이후의 세계'(2023.윌북)에서는 "1455년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로 중세봉건사회 세계관이 붕괴되었다"며 AI를 15세기 유럽의 인쇄술이 불러온 변화에 견주었다. 유럽 전역에 책이 대량으로 퍼지면서 새로운 사상과 담론이 탄생하고 기존 생활양식이 파괴되면서 르네상스, 종교개혁, 인본주의 사상 등 수 세기 인류사에 미친 영향력 때문이다."인류의 역사는 AI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정도로 AI 미래는 극적일 것이다. 이런 극적 변화는 인류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기계인'이란 새로운 인류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현생 인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가 내놓은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4'. 2015년 처음 출간 이래 1천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올해 열번째 보고서다. 책에서는 첨단 과학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의문에 대한 답이 펼쳐진다. 인간의 존재 의미와 역할은 어떻게 바뀔까, AI는 정말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인가, AI는 인간 노동의 종말을 가져올까, 인간의 정체성은, 영생불멸을 향한 인간의 꿈이 실현될까? 등이다.그 중에서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과 관련해서 'AI 정치인이 인간 정치인과 경쟁하게 될까', 'AI가 민주주의 미래도 바꿀 수 있을까' 등 흥미로운 주제도 담겼다. "AI 정치인이라…" 솔깃하다. 책에서는 '인간 정치인을 AI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인가?'라는 질문에 "Positivity"라고 답한다. 긍정의 확신이다.국회 회의장에서 의원들의 논의를 음성으로 저장하고 텍스트화해 관련 자료와 함께 처리하면 특정 종류의 법안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다. 법안의 종류에 따라 기본골격을 패턴화해 알고리즘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간 사이의 중재나 조정을 위한 사전 시뮬레이션, 표준화된 업무처리, 신속하고 효율적이며 대량적인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AI로봇이 인간 정치인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 방대한 데이터와 정확한 연산시스템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복잡한 데이터세트를 분석해 사회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최적의 정책을 제안할 수도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감정적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아 의사결정의 일관성·공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인재 채용과정에 도입된 AI이용 시스템처럼 정당의 공천과정에 적용하면 어떨까.진짜 경쟁은 인간들 사이에서 발생참여민주주의도 촉진시킬 수 있다. 시민이 개인의견을 반영하는 AI에이전트를 구현하고 이를 집계해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지자체가 생성형AI를 토대로 주민의견과 요구를 종합해 최적 정책을 제시할 수 있다. 비효율적인 인간 정치인들의 도태는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300명 현재의 의원 수를 AI정치인과 재조정하거나 역할분담할 수도 있다. 수 십조원에 달하는 비현실적인 공약도 뚝딱 걸러낼 것이고, 거짓 선동에 막말이 판치는 작금의 양극단 막장정치도 정리되지 않을까.다만, 진짜 경쟁은 인간과 AI로봇 사이가 아니라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한다. AI 로봇을 잘 활용하는 정치인과 그렇지 못한 정치인의 격차랄까. 즉 AI로봇을 잘 활용하는 정치인이 그렇지 못한 정치인을 대체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AI정치인에 독립적 인격 부여가 쉽지 않아 조화로운 역할 분담을 강조한 것이다.인간 정치인과 AI 정치인의 경쟁상황은 대략 2045년 경으로 예상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 즉 특이점(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기점)과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시기로 지금부터 약 50년 전후 상황으로 가정했다. 하지만 현재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혁명의 속도를 볼 때 그 시기는 훨씬 더 빨라질 수 있다. 강동준(상무이사·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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