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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사격 유력"··· 전두환 재판 최소 2번 더 한다

입력 2020.06.01. 22:11 수정 2020.06.01. 22:16 댓글 1개
‘사자명예훼손’ 전두환 13번째 재판
국과수 총기실장·국방부 조사위원 출석
“전일빌딩 탄흔, 상공서 발사된 충격 유력”
6월22일·7월20일 추가 증인 신문 예정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의 형사재판이 열린 1일 오후 광주지법 법정동 앞에서 전두환 측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

1980년 5월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신군부의 헬기사격 목격 증언을 거짓이라고 폄훼한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이 앞으로 2차례 이상 더 진행된다. 5·18 당시 광주에 파견된 군 헬기 조종사들의 증언에 이어 헬기사격을 직접 목격한 미국인 의사의 증언도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의 재판이 1일 광주에서 열렸다. 오후 2시부터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13번째 공판기일은 오후 9시20분까지 7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날은 헬기 등 건물 외부 공중에서 쏜 것으로 보이는 탄흔이 남아있던 전일빌딩을 정밀 감식했던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공학부 법안전과 총기실장과 국방부 5·18 특조위 조사관으로 활동하며 헬기사격의 증거를 찾았었던 김희송 전남대학교 5·18연구교수 등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열렸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2017년 3월까지 광주시의 요청을 받고 모두 4차례에 걸쳐 전일빌딩 내·외부에 남아있는 탄흔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했던 김 실장은 10층에 집중된 탄흔이 부챗살 모양인 점, 당시 주변에 전일빌딩보다 높은 건물이 없었던 점, 탄흔이 창틀보다 낮은 지점에서 발견된 점, 탄흔의 각도를 역추적한 자료 등을 토대로 헬기 등 외부로부터 총기 충격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가장 최근까지 진행된 탄흔 조사를 통해 전일빌딩 내·외벽에서 모두 270개의 탄흔을 발견했으며 여기에 10층 천정에서 떨어진 부품(텍스)에서 발견된 11개 등 전일빌딩에서 모두 281개의 탄흔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탄흔은 대부분 원형 내지 타원형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상향·수평·하향 각도로 집중 사격된 흔적이 혼합되어 있지만 40~50도의 하향사격에 의한 것이 다수였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상향·수평·하향 등 각도를 바꿔가며 사격을 가할 수 있는 비행체는 헬기밖에 없다고 말했다. '헬기가 아닌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사격했을 가능성' 등 다른 요인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씨 측 변호인은 탄흔이 생긴 시기와 탄흔에 남아있을 화학성분 관련 조사 등이 진행되지 않은 점을 꼬집으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김 실장은 대답 대신 허탈하다는 듯 '허허'라며 답하기도 했다.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선 김희송 연구교수는 "당시 작전지침 등 군부 기록을 살펴보면 공중지원 명령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7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5개월 동안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으로 활동하는 등 헬기사격 등을 연구해 온 김 교수는 "헬기 사격에 대한 작전지침과 무장 활동 내용 등을 군 기록에서 확인했다. 1980년 5월21일 20사단이 광주에서 공중 기동 작전을 펼쳤다. 헬기 이동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위협 사격 등의 사격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군부가 20사단 전남도청 투입 작전을 은폐하기 위해 헬기 사격 등 관련 기록을 모두 삭제하거나 위·변조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씨 측 변호인은 2명의 증인 모두에게 헬기 사격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들의 주장을 부정하는 취지의 질문을 이어갔다.

다음재판은 오는 6월 22일과 7월 20일로 확정됐다.

22일 재판에는 백성묵 전 203항공대 대대장, 장사복 전 전교사 참모장, 이희성 전 육군 참모총장 등 피고인 측 증인 3명에 대한 신문이 예정됐다.

그 다음 재판은 5·18 기간에 광주에 머물렀던 데이비드 돌린저씨의 증인 신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 측은 데이비드 돌린저씨의 증언 의지를 밝히며 관련 영상이 존재함에 따라 증인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돌린저씨는 1980년 평화봉사단 활동을 위해 한국에 머물던 중 광주의 참상을 목격하고 외신기자들의 통역을 자처한 인물이다. 현재 영국에 체류중인 돌린저씨는 최근 광주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1980년 5월 21일 금남로에서 계엄군의 헬기발포를 직접 목격했다고 고백하며 법정에서 이를 증언하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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