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바람 핀 사람에게도 이혼청구권을 주면 어떨까

입력 2017.09.07. 10:12 수정 2017.09.11. 08:21 댓글 0개
김종귀 법조칼럼 변호사(법률사무소 송훈)

바람 핀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응징해야 한다. 우리 민법은 바람 핀 사람을 혼내주는 방법중 하나로 바람 핀 사람에게 이혼을 청구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가족형태가 너무나 다양하고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바람 핀 사람에게 이혼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는 한번쯤 따져볼 때가 됐다.

남녀가 사랑해 결혼했지만 어쩔 수 없이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양당사자의 합의를 통해 하는 협의이혼이 있고, 일방당사자만이 혼인관계 해소를 원하는 경우 법원의 재판을 거쳐 하는 재판상 이혼이 있다. 재판상 이혼은 국가권력이 판결선고 형태로 혼인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역사적 맥락,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생각 해 볼 점이 많다.

배우자 부모님의 학대, 3년 이상 행방불명, 혼외정사 등 사유가 있으면 한쪽 당사자가 혼인지속을 바라더라도 한쪽에서 부부관계 해소를 희망하면 법원은 판결로써 부부 관계를 끝낸다. 그렇지만 혼외정사를 한 당사자, 즉 바람 핀 사람이 부부 관계를 끝내겠다며 이혼청구를 하는 경우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직까지 우리 법원은 바람 핀 사람에게 이혼할 권리를 주지 않고 혼인관계 틀 속으로 양당사자를 다시 묶어 놓는 것이다. 이를 ‘유책주의’ 라 한다. 바람을 피워서 부부의 신뢰관계에 금이 갔지만 바람 핀 사람이 하는 이혼청구를 배척한다는 뜻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배제 라고 풀어 쓸 수 있다.

결혼생활중 배우자 한쪽이 바람을 피우는 등 부부일심동체를 유지할 수 없는 ‘파탄상태’에 이르렀으면 여기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 즉 바람피운 사람의 이혼청구라도 받아들여 판결을 통해 혼인관계를 끝내는 것을 ‘파탄주의’라 한다. 이미 파탄난 혼인에 책임있는 자가 이혼청구하든 책임 없는 자가 이혼청구하든 따지지 않고 부부관계를 끝내게 하는 것이다.

우리 민법은 ‘파탄주의’를 취하지 않고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다. 유책주의의 장점은 ‘깨끗하지 않은 손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상식에 부합 한다. 바람 핀 사람이 깨끗한 배우자를 ㅤㅉㅗㅈ아내는 방식의 혼인해소(이를 ‘축출혼’이라 부른다)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배어 있다. 유책주의는 남편이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고 바람 핀 사람이 주로 남편인 점에 기초하고 있다. 힘센 사람이 바람 피고 그 것도 부족해 힘 약한 부인을 ㅤㅉㅗㅈ아내려 하는 시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사고가 들어 있다.

그러나 이혼이 다반사인 세상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바람을 피워서 이미 깨진 혼인관계를 억지로 묶어 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해결책일까. 이미 파탄난 혼인은 쿨하게 해소하되 바람 핀 사람은 그에 맞는 제재를 받고 상대방당사자는 혼인지속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보호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 아닐까. 다행히 우리 민법은 혼인파탄에 책임 있는 자에게 위자료지급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위자료액수가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도 있지만 경제현실을 반영해 조정한다면 파탄주의 폐해를 보완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재산분할청구권도 파탄주의 폐해를 보완할만한 제도이다. 혼인생활중 자신의 기여분을 돌려 받는 것으로 바람 핀 사람 명의로 된 재산을 상대방 당사자에게 분할해 주도록 하는 제도이다. 바람피워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사람과 깔끔히 갈라서되 이혼 후에도 혼자 독립할 수 있는 기초재산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다.

유책주의를 버리고 파탄주의를 채택하더라도 우리 민법이 이미 도입한 위자료청구권, 재산분할청구권을 탄력성있게 활용하면 억지춘향식의 혼인관계굴레에서 벗어나 백세시대 인생 제2막을 힘차게 설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도 늘고 있다.

바람 핀 사람을 혼내 준다는 것은 조강지처를 버린 못된 놈을 혼내 준다는 오랜 전통적 사고에 기초한다. 그러나 그런 전통적 사고에 젖어있기에는 우리 사회는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일부 사회학자들 사이에는 일부일처라는 결혼제도가 금세기내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런 세상에 유책주의만을 고집하기에는 세상은 그렇게 한가로워 보이지 않는다. / 김종귀 변호사(법률사무소 송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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