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정반대 행보'···대리 사죄한 노태우·파렴치한 전두환

입력 2020.05.31. 18:45 수정 2020.05.31. 18:45 댓글 0개
노재헌씨 3번째 사죄 “아버지의 뜻”
부모 대신 ‘대통령’ 이름으로 헌화도
“‘역사 바로서야’ 개인적 사명감 있어”
오늘 전두환 재판… 본인은 불출석
차고 넘치는 헬기사격 증인·증거도
"절대로 없었어" 뻔뻔하게 부인만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가 29일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5·18 옛묘역)의 이한열 열사 묘소에서 참배하고 있다. (사진 = 노재헌씨 측 제공) 2020.05.29. photo@newsis.com

'5·18 피고인'으로 나란히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과 노태우가 5·18의 현장 광주에서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명은 아들을 통해 오월 영령에게 대리 사죄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 명은 차고 넘치는 증거와 증언에도 뻔뻔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40년 전 무고한 시민을 향한 무력 진압을 함께 주도했던 두 당사자는 이제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54)씨가 29일 광주 남구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사무총장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있다. 2020.05.29. sdhdream@newsis.com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 변호사가 광주에서 사죄했다. 지난해 8월과 12월 5·18 책임 당사자는 물론 직계가족 중 처음으로 광주를 찾아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데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노씨는 지난 29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방명록에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리며 대한민국 민주화의 씨앗이 된 고귀한 희생에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고 남긴 뒤 '5·18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 13대 대통령 노태우'라고 적힌 조화를 헌화했다. 이어 고 김의기·김태훈·윤한봉·김형영 열사의 묘역에서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했다.

노씨는 망월동 구묘역인 민족민주열사묘역도 찾아가 이한열 열사 등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 자리에는 '13대 대통령 부인 김옥숙'이라고 적힌 꽃바구니를 올리기도 했다. 노씨의 어머니인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88년 2월25일 극비리에 이곳을 찾아 참배한 사실이 지난해에야 알려졌다.

지난 4월27일 피고인 자격으로 광주지법에 2번째 출석한 전두환이 자신을 향해 질문을 하는 기자를 노려보고 있다. 무등일보DB

노씨는 또 옛 전남도청에서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씨를 만나 40주년 기념배지를 선물 받은 뒤 오월어머니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해 12월 광주 방문 당시에도 이곳을 찾아왔었던 그는 '오늘의 대한민국과 광주의 정신을 만들어주신 어머님들과 민주화운동가족 모든 분들께 경의와 존경을 표합니다'는 방명록을 남기고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사무총장과 1시간여 대담했다. 김 사무총장은 노씨가 오전에 참배했던 김형영 열사의 여동생이다.

노씨는 아버지가 직접 오지 못한 것에 대해 사죄하며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들의 감당할 수 없는 희생과 사랑에 존경을 표한다"며 "다음 세대에게 좋은 유산을 남겨주도록 역사를 바로 세우는 노력을 하겠다. 제 나름대로도 역사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직접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는 김 사무총장의 지적에는 "병상에 계신지가 오래되어 물리적 역할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도 "40년 민주화과정을 기억하고 있으며, 어떻게 역사적으로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계신다. 뜻이 모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5·18의 발생 원인을 '유언비어'라고 기록한 아버지의 회고록을 개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때가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5·18 학살자 노태우가 40여년 만에 사죄를 시작한 반면 '공범' 전두환은 여전히 역사를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고록을 통해 역사적 진실인 헬기사격을 부인하는가 하면 오월 당사자, 유족 앞에서도 뻔뻔함을 잃지 않고 있다. 그의 부인 역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민주주의의 아버지는 남편'이라는 망언을 서슴치않게 하고 있다.

추징금을 두고도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97년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돼 추징금 납부 판결을 받은 노태우는 16년만인 지난 2013년, 2628억원을 완납했다. 반면 전두환은 전체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1030억원을 여전히 납부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위헌을 제기하며 또 다시 논란을 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노씨 일가가 구체적인 행보를 통해 사죄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역사 자체를 부인하며 시대를 역행하는 전두환은 그를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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