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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환불NO' 조건 할인 숙박상품···불공정 상품일까?

입력 2020.05.30. 09:01 댓글 0개
환불불가 조건 특가상품…불공정 논란
공정위, '수정 또는 삭제하라' 시정명령
법원 "시명령령 취소…처분 위법하다"
"선택할 권리 제공되고, 할인 고려해야"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들뜬 기분으로 찾는 서비스 중 하나가 숙박업체 연결 플랫폼이다. 숙박업체 플랫폼 사이트는 이용자가 원하는 날짜와 장소, 조건 등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숙박업체를 보여준다.

이용자는 머물고 싶은 숙박업체를 결정한 뒤 또 한번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시설, 전망, 크기, 결제 조건 등에 따라 방별 가격은 다르게 책정돼 있다. 고민하는 이용자에게 '환불불가' 특가상품은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다.

말 그대로 환불이 불가능한 대신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계획한 대로 여행을 떠나기만 한다면 이보다 좋은 선택지도 없다.

하지만 매사가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숙박 예약을 변경해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환불불가' 특가상품은 골칫거리로 전락한다. 실제 여행날짜가 한참 남았는데도 환불불가 조건 때문에 과도한 피해를 보게 됐다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공정위는 환불불가 조항이 이용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불공정한 약관 조항이라며 부킹닷컴 등 숙박업체 플랫폼 사이트들에 2017년 11월 시정권고를 내렸다. 부킹닷컴이 이를 따르지 않자, 지난해 2월에는 '환불불가 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고 사용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환불불가 상품은 소비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담시키는 불공정한 상품일까.

부킹닷컴은 공정위 판단에 반발해 사안을 법정으로 끌고 갔다. 주장은 크게 두개였다.

환불불가 조건은 개별 숙박업체가 지정해 플랫폼사업자의 약관과 관계가 없어 공정위 처분이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또 이용자가 할인혜택을 누리는 대신 환불불가 조건을 감수하는 '선택'을 내렸기 때문에 불공정하지 않다는 취지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이창형)는 지난 20일 부킹닷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시정명령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환불불가 조항은 숙박계약에 포함되는 내용이고, 숙박계약의 당사자는 숙박업체와 고객이므로, 부킹닷컴은 숙박계약의 한쪽 당사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환불불가 상품이 불공정 상품인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환불불가 상품은 환불가능 상품과 별개로 취급되는 독립적인 숙박상품이고, 숙박대금이 보다 저렴한 특성을 갖고 있다"며 "고객에게 환불불가 상품을 선택할지에 관한 권리가 제공돼 있으며, 환불가능 상품에 대한 선택권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특히 "환불불가 상품의 할인율은 평균 10% 내외로 보인다"며 "부당함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불이익뿐만 아니라, 할인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당한지 여부를 따져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예약 단계에서 4차례 정도 '취소 시 숙박대금 전액이 손해배상 예정액이 된다'는 점을 고지해 고객이 경솔하게 환불불가 상품을 선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경솔하고 무경험으로 신중한 검토 없이 환불불가 상품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다고 주장하는 고객의 경우 민법에 의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시정명령이 유지될 경우, 다른 나라 고객에게는 저가에 제공되는 숙박상품을 우리나라 고객은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며 "이는 환불불가라도 저가로 예약하길 원하는 고객의 선택권을 침해해 고객 후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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