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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상진 "진보, 체질화한 선악논리로 윤미향 감싼다"

입력 2020.05.29. 09:01 댓글 0개
중민재단 이사장 겸 서울대 교수 인터뷰
김대중 정부 때 자문위원장 역임한 인물
문재인 2013년 대선 패배 때 평가위원장
"정의연 사태에 진보는 선악구도로 대응"
"과거 군부 정권 때 형성된 논리 지배해"
"책임 인정하면 정치적 매장될까 걱정도"
"정의연, 투명성 노력 부분서 방만한듯"
[서울=뉴시스] 뉴시스DB. 2016.02.01.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진보세력이 자신에 대한 반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공격하는 양상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논쟁에서 여당이 윤미향 당선인을 감싸는 것은 그동안 체질화돼 왔던 논리가 발현된 것이다."

한상진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중민재단) 이사장 겸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주장이다. 정의연을 둘러싼 논쟁 국면에 일부 진보 세력이 윤 당선인(전 정의연 이사장)과 이용수(92) 할머니를 선악구도로 몰아가는 경향에 대해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한 이사장은 지난 27일 중민재단 주최 토론회에서 "진보는 더는 시민사회를 대변했던 과거의 진보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토론회 이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정의연 논란에 대해 여당과 일부 진보 시민단체들이 윤 당선인 사수에 몰두하고,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이용수 할머니까지 공격했다는 취지의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한 이사장은 지난 28일 뉴시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런 주장에 대해 부연 설명했다.

한 이사장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은 과거 군부세력 등 강한 적과 싸우던 당시 체질화된 운동권적 논리가 있다"면서 "자신에 대한 반대를 선악개념으로 보고 공격하는 그런 양상(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항상 옳다는 식의 흑백논리가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며 "결과가 나쁘면 선한 의지로 했는데 누군가 개입을 해서 안 됐다는 식의 단순한 논리가 작용한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이와 유사한 멘탈리티(정신)가 정의연 사태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에 대한 여권의 대처에 대해서 한 교수는 "그(윤 당선인)를 내보낼 수 없는 내막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제대로 책임소재를 밝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여권과 진보의 내적인 딜레마와 한계가 아주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이사장은 이 대목에서 지난 2013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대선평가위원장을 역임했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떨어졌을 때인데, 그 패배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도 본인들을 선으로 여기고 상대를 악으로 여기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게 작용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한 이사장은 최근 정의연 사태에 대한 질문에는 먼저 "안타깝다"는 마음을 밝혔다.

그는 "이 운동의 순수한 의도와 도덕성, 역사적 의미 등이 훼손되는 게 안타까워 조심스럽다"면서 "이런 틈바구니를 타고 이걸 정치적으로 오염시킨다거나 정치 문제화시키는 사회 세력이 (우리나라에) 많이 있다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우려를 전했다.

다만, 정의연 운영이 방만하게 이뤄지지 않았나 의심된다고 바라보기도 했다.

한 교수는 "사회운동단체는 일종의 거버넌스(공공경영)가 형성돼야 한다"면서 "그런데 윤 당선인 등 일부 인사가 오랫동안 핵심으로 있었다는 부분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정당한 절차를 통해 대표가 바뀌면서 조직은 투명해지려고 노력하는 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방만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국내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단체라는 일종의 신성한 위상을 가지고 있던 것에 비해, 투명성·정당성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 교수는 "운동이 지속되고 지지를 계속 받기 위해서는 단체가 가진 정당성과 투명성이 잘 관리돼야 한다"면서 "가령 회계의 투명성 같은, 사회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기대치가 있는데 그것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확한 내막이 어떤 것인지는 수사에서 밝혀질 문제"라면서도 "이런 단체가 수사까지 받는 것 자체가 일단 불행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사태의 해결을 위한 책임윤리를 강조하며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물러난다 하더라도 완전한 퇴출이 아니라 동일한 실수와 과오가 반복되지 않게 노력한다는 취지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면서 "책임을 지면 정치적으로 매장을 당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국내의 척박한 정치 풍토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윤 당선인의 지지자가 이 할머니를 비난하거나, 일부 세력이 이번 논란을 악의적으로 차용해 정의연을 공격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서는 "정보도 없고, 내부 사정을 명확히 알기 어렵다"면서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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