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저무는 20대 국회] '캐스팅보터'에서 사분오열로 자멸

입력 2020.05.28. 18:44 수정 2020.05.28. 18:44 댓글 0개
저무는 20대 국회 하)
호남정치 복원 실패
국민의당 영향력 급감 뼈 아파
‘5·18 진상규명 특별법’은 성과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평가 범위를 광주·전남으로 좁히면 더 박해진다.

특히 20대 국회 지역 의원들은 변방으로 내몰린 호남정치를 복원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4년 전 지역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을 선택해 20년 만에 국회를 3당 구도로 만들어줬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된 국민의당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감은 컸다. 국민의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고,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임명동의안, 추가경정예산안 등의 국회 통과에도 기여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국민의당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권' 9년 동안 풀리지 않은 각종 지역현안을 해결했다. KTX의 무안공항 경유가 결정됐고, 광주시와 전남도의 국비 확보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당시 지역에서는 "국민의당이 존재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광주·전남에 신경을 쓴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정 정당의 싹쓸이가 아니라 경쟁 구도로 정치지형이 바뀌면서 수년간 묵혀있던 현안들이 하나 둘 해결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7년 국민의당의 대선 패배 이후 지역 정치권은 몰락하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을 이끌던 안철수 전 의원이 지역 민심을 외면하고 바른정당과 합당하면서 국민의당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쪼개졌다.

'호남정치 복원'을 기치로 창당된 민주평화당은 국회에서 소수 정당으로 추락했다. 더욱이 민주평화당도 당내 갈등으로 광주·전남 의원들이 뛰쳐나와 대안신당을 만들면서 호남 정치권은 사분오열됐다.

이런 가운데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 의원들은 거대 양당에 염증을 느낀 중도세력을 겨냥해 '제3지대 정당'을 들고 나왔지만 지역민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역민들은 이 의원들이 호남을 팔아 '선수 쌓기'에 매진한다고 비난했다. 결국 4년 전 '녹색 돌풍'에 힘입어 20대 국회에서 활동한 지역 의원들은 지난 총선에서 줄줄이 낙마했다. 호남 정치권이 사분오열되면서 중앙 무대에서 호남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면서 변방으로 밀려난 것이다.

이같은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이 20대 국회에서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다. 지역 의원들의 대표 발의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 진상조사위가 꾸려졌기 때문이다. 이 특별법 제정으로 5·18당시 국가 폭력에 의해 자행된 각종 인권 유린 사건들의 조사가 진행된다.

서울=김현수기자 cr-2002@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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