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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로 돼지 살처분한 농장, 여름까지 돼지 다시 못 들인다

입력 2020.05.28. 14:53 댓글 0개
"여름철, 멧돼지 활동성·사람 이동↑…ASF 확산 위험 가장 높아"
9월부터 사전 절차 진행 방침…방역 기준 강화 위한 법 개정 추진
7월까지 전국 농장 예찰 강화…멧돼지 포획 구간 나눠 달리 시행
폐사체 수색 인력 늘려 범위 확대…필요시 광역 울타리 추가 설치
【파주=뉴시스】김선웅 기자 = 경기 북부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되는 가운데 4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양돈농가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파주·김포 내에 있는 모든 돼지를 대사으로 예방적 살처분 및 도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10.04. mangusta@newsis.com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기르던 돼지를 살처분한 농가에 대해 여름철까지 재입식(돼지를 다시 들음)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여름철이 ASF가 발생할 위험이 가장 큰 시기라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여름철이 지난 후 사육 돼지에서 추가로 발병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9월부터는 재입식 관련 사전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맡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여름철 ASF 방역 강화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여름까지 재입식 불허…사전 절차 진행 위한 법 개정은 내달부터

농식품부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 강화 고성군 등 접경 지역 7개 시·군 내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지속해서 검출되고 있는 데다 발생 초기보다 오염 지역이 넓어진 상태다. 야생 멧돼지에서 ASF가 발병한 것은 지난해 10월 3일이 처음으로, 현재까지 총 631건으로 집계된다. 농장 내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에선 지난해 9월16일에 처음 발생했는데, 같은 해 10월9일 이후 7개월 넘게 추가 발생이 없었다.

여름철은 봄철 출산으로 멧돼지의 개체 수가 늘어난 후 활동성이 증가하는 시기다. 또 장마철이 오면 접경 지역 내 바이러스 오염원이 하천 등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사람, 차량 등 주요 매개원의 이동이 빈번해지면서 농장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키우던 돼지를 살처분한 261개 농가는 여름철까지는 돼지를 다시 들일 수 없게 됐다. 기존 긴급행동지침(SOP)에선 가축 전염병이 마지막으로 발생한 시점에서 40일이 지나면 재입식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AI)의 경우 2~3개월 정도가 지나면 재입식이 가능했지만, ASF는 바이러스의 잠복·잔존 기간이 워낙 긴 데다 동유럽 등에서 여름철 발생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면서 "(최소한) 위험이 높은 시기는 지나서 재입식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여름철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0.05.28. ppkjm@newsis.com

이 차관은 "평야가 많은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접경 지역의 대부분이 산악 지대거나 지뢰가 설치돼 있어 야생 멧돼지를 완벽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살처분 보상금을 살처분 당일 시세에서 발생일 전월 평균 시세로 조정하고 생계안정자금의 지급 시기를 연장하는 등 농가에 필요한 조치는 마무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다만 정부는 여름철이 지난 후 사육 돼지에서 추가 발생이 없을 경우 야생 멧돼지에서의 발생 상황과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9월부터 농장 세척, 소독, 점검 등 재입식 관련 사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차관은 "사육 돼지에서의 추가 발생이 없다는 조건 하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연내에는 사전 절차에 돌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야생 멧돼지에서 계속해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더라도 그 빈도가 비교적 낮거나 위험도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일정 조건 하에 재입식을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위험 지역 내 농장에 대한 차단 방역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제도 보완에도 나선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새로운 기준에 맞는 농장에 한해서만 재입식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내·외부 울타리와 방조·방충망, 폐사체 보관 시설, 방역실, 전실, 물품 반입 시설 등 농장 내 방역 시설에 대해 더욱 강화된 기준이 담길 예정이다.

관련법에는 ASF 중점방역관리지구 지정을 위한 근거도 마련된다. ASF에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해 보다 엄격히 관리하기 위함이다.

돼지고기 가격과 관련, 이 차관은 "삼겹살 가격만 보면 평년 대비 20% 정도 높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돼지 사육 규모가 1100만두 가까이 되고 있는데, 전체 살처분 규모는 44만두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면서 수급 상황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농장 점검·접경지 내 환경 검사 강화…멧돼지 포획 방식 개선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피해를 입은 경기 북부와 인천 강화 지역 농가들이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1차 총궐기대회를 열고 조속한 재입식을 촉구하고 있다. 2020.01.20. ppkjm@newsis.com

정부는 농장 단위에서의 차단 방역을 강화하고 멧돼지 포획 등 위험 지역 내 오염원을 제거하는 작업에 한층 열을 올릴 계획이다.

바이러스의 주된 전파 요인인 사람, 차량, 기타 매개체 등을 더욱 촘촘히 관리할 수 있도록 농장에 대한 상시 예찰을 강화한다.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지점으로부터 반경 10㎞ 내 농장에 대해선 매주 1회 점검에 나선다. 경기·강원 북부 지역 내 395개 농가에 대해선 월 1회, 그 외 전국 농장에 대해선 7월 말까지 추가로 점검키로 했다.

점검 결과 방역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 농장은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신속히 개선되도록 특별 관리한다. 경기·강원 북부 지역에서는 축산 차량의 농장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농장이 발견되면 다음 달부터 정책 자금 지원을 일부 제한한다.

접경 지역 내 토양, 물, 매개체, 그리고 도축장 등 370여개 축산 시설에 대해 환경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즉시 대응한다.

야생 멧돼지에서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멧돼지 포획 방식도 개선했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제거한 멧돼지의 수는 지난해 약 10만마리 이상, 올해 들어서는 약 4만3000마리로 집계된다. 그 결과 멧돼지 개체 수는 광역 울타리 내 지역에서 약 46%, 2차 울타리 내 지역에선 약 76% 감소했다.

정부는 앞으로 검출 지역과 인근 지역을 ▲발생 지역(파주·광역 연천·포천·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광역 울타리 내 8개 시·군) ▲완충 지역(158개 리(理)를 포함한 광역 울타리 이남 5~10㎞ 범위) ▲차단 지역(완충 지역 남단에서 영동고속도로에 이르는 지역) 등 3단계로 구분해 각각 다른 포획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세종=뉴시스]야생 멧돼지 관리 지역 및 발생 지역 구분.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발생 지역에선 엽견(사냥개)을 사용하지 않고 제한적인 총기 포획을 하되, 포획 틀과 트랩 사용을 병행한다. ASF 다발 지역에 대해선 울타리 안에 개체를 고립시키고 포획 틀과 트랩을 집중 배치해 포획한다.

차단 지역에선 대대적인 총기 포획을 허용해 개체 수를 적극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한다. 완충 지역에선 멧돼지가 차단 지역으로 달아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포획 틀과 트랩 개수를 늘려 개체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

위치정보시스템(GPS) 부착 의무화, 엽견 등록제, 일일 활동 실적 신고제 등을 통해 엽사(사냥꾼)들의 활동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엽사가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먼 거리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SF 감염 개체가 발견된 지역 중심으로 이뤄지던 폐사체 수색은 그 범위를 발견 지점 주변 30㎞까지 확대하고 수색 인력도 257명에서 356명으로 늘린다. ASF가 발생하지 않은 경기 가평군과 강원 춘천시에서도 수색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민·군 합동으로 이뤄지는 수색 작업에는 하루에 약 400명 이상의 인원이 투입되고 있다.

소독은 발생 지점 주변과 인근 하천, 도로 등에서 광범위하게 진행한다. 농장으로 연결되는 비무장지대(DMZ) 통문 73개,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출입문 69개를 출입하는 차량과 사람, 그리고 경기·강원 북부 양돈농가의 주변과 진입로는 매일 소독한다. 바이러스의 남하를 막기 위해 발생 지역에서 완충 지역(포천·고양·양주·동두천·철원), 완충 지역에서 인접 시·군을 잇는 12개 도로를 매일 2~4회 집중 소독한다.

이와 함께 멧돼지의 남하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사전에 조사해 광역 울타리를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있는 노선을 미리 정하기로 했다. 광역 울타리 밖에서 발생했을 때 즉시 울타리를 치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강원 화천군에서부터 가평, 춘천에 이르는 약 35㎞ 구간과 미시령 옛길을 활용한 23㎞ 구간, 소양호 이남 약 80㎞ 구간을 필요 노선으로 검토하고 있다.

울타리가 훼손된 구간이 있다면 빠르게 보관하고 상시 유지 관리 인력을 기존 45명에서 95명까지 늘려 출입문의 닫힘 상태를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다. 이 인력은 구간별로 실명 관리제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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