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약간의 거리두기

입력 2020.05.06. 13:03 수정 2020.05.28. 19:04 댓글 0개
손미경 건강칼럼 조선대학교치과병원장

요즘 코로나 19로 인해 '거리두기'라는 말을 자주 접합니다. 사람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건강을 지키는 방역의 기본수칙이듯이 우리의 치아도 약간의 거리두기가 구강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치아가 총 몇 개인지 알고 계시나요? 사랑니는 하나도 없는 경우부터 총 4개가 있는 경우까지 사람마다 다양하므로 사랑니를 제외하고 헤아려보면 치아의 정상적인 수는 윗턱에 14개 아래턱에 14개, 총 28개의 치아가 우리 입안에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입을 다물 때 이 14쌍의 윗니와 아랫니 치아가 서로 접촉하는 것을 치아 교합(咬合)이라고 합니다. 이 교합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음식을 씹고, 삼키는 저작기능이 원활하게 이루어짐으로서 영양 공급과 건강을 유지하는 역할과 더불어, 턱관절 및 얼굴주위 근신경계의 조화와 균형을 통해 심미적 외형을 유지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교합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을 부정교합이라고 하며, 부정교합은 치아가 고르지 않거나 또는 윗턱이나 아래턱이 정상보다 더 성장하거나 또는 덜 성장한 경우를 말합니다.

부정교합이 되면, 턱이나 치아의 배열상태가 잘 조화가 되지 않아 치아가 잘 닿지 않게 되어, 치주질환이나 충치가 잘 생기고 저작, 발음, 심미적인 문제까지 야기하게 됩니다.

이처럼 치아가 잘 닿지 않는 부정교합도 문제지만, 치아의 접촉이 너무 잦거나 너무 큰 힘으로 닿게 되는 경우에도 구강건강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대부분의 일상 생활에서 윗니와 아랫니 치아의 접촉은 음식을 씹거나 삼킬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떨어져 있습니다. 즉 편안하게 있을 때나 또는 말할 때 조차도 치아는 절대 접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힘을 써서 물건을 옮기는 직업을 가졌거나 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은 이를 갈거나 이를 앙다무는 습관이 생깁니다.

이갈이나 이악물기가 생기면 치아가 정상적으로 부딪히는 시간외에도 지속적으로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마찰되며 닿게되거나, 또는 불필요하게 큰 힘으로 과도하게 접촉을 하게 되므로 치아파절, 잇몸조직 손상, 입 주위 저작근육의 피로, 턱관절의 통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즉, 잘 먹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하여 윗니와 아랫니 치아의 정교한 접촉은 꼭 필요하지만 씹거나 삼키는 기능을 위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서로 떨어져 있는 적당한 거리두기가 치아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5월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이 완화되면서 5가지 개인방역의 수칙이 발표되었습니다.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 사람과 사람사이는 두팔 간격 건강거리 두기. 30초 손씻기와 기침은 옷 소매로 가리고하기, 매일 2번 이상 환기하고 주기적으로 소독하기,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입니다.

이 다섯까지 수칙 중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라는 수칙은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위로하며 함께 노력하는 사회를 만드는 의미라고 합니다. 무관심도 그리고 너무 지나친 관심도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독이 됩니다. 14쌍의 치아처럼, 서로 도우면서 잘 협력하여 상생하고 발전하되, 약간의 거리두기를 통해 서로의 쉼과 개인의 삶에 대한 예의를 지켜주는 건강한 문화가 우리 사회에 새롭게 자리잡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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