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내 통장에 든 보이스피싱 피해금, 써도 될까?

입력 2020.05.28. 08:47 수정 2020.05.28. 08:47 댓글 0개
도박자금 등 무단 인출 사용 횡령죄
광주지방법원 전경. (사진 = 뉴시스 DB)

보이스피싱 조직의 요구에 통장을 빌려준 뒤, 훗날 입금된 범죄 피해자들의 돈을 빼다 쓸 경우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진만)는 대포통장 속 범죄 피해금을 무단으로 인출·사용해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A(36)씨의 항소를 최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통장을 빌려주고, 통장으로 들어온 피해자들의 돈을 인출한 뒤 자신의 도박자금 등으로 활용한 혐의(횡령 등)다.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모 저축은행 직원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대출금의 4%를 수수료로 지급하면 대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자신의 통장 계좌번호를 불러줬다.

같은해 12월께 해당 통장으로 2명의 피해자가 보낸 2천800만원이 입금되자, 이를 확인한 A씨는 자신의 다른 계좌로 2천795만원을 이체했다.

그는 이중 1천630만원을 또다른 계좌로 빼돌려 도박자금으로 쓴 한편, 추가로 100만원을 더 빼냈다가 적발돼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당시 횡령 혐의를 인정하고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으며, 항소심에서도 이는 뒤바뀌지 않았다.

A씨의 형이 유지된데는 대법원의 지난 2018년 판결이 주요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빌려준 사람이 통장에 입금된 범죄 피해자의 돈을 무단으로 인출했다면 횡령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전원합의체는 당시 "범죄 피해자가 피해금을 송금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피해금을 반환해야 하므로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며 "돈을 챙길 뜻으로 인출했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금액 중 1000만원이 피해자들에게 반환됐지만 보이스피싱 피해로 송금된 돈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도박 자금으로 사용해 횡령했고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한 점, 집행유예기간 중 재차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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