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농성 1년째… 옛 전남도청 못 떠나는 시민들

입력 2017.09.06. 14:49 수정 2017.09.07. 14:04 댓글 0개
'6개 건물 복원' 정부 약속에도 자리 지켜
지역사회 의견수렴·설계안 등 과제 산적
물리적 유사성 보다 역사성 보존에 촛점
옛 전남도청 보존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가 6일 별관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옛 전남도청 보존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가 6일 별관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옛 전남도청의 원형 복원 요구 농성이 1년째를 맞았다.

1년여의 농성 끝에 정부로부터 복원 약속을 받아냈지만 유공자와 유가족, 시민단체는 1980년 5월 시민군 최후 항쟁지인 이곳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약속을 받아내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복원을 위한 과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보존'에서부터 '복원'에 이르기까지

지난 2008년 6월10일 문화전당 기공식 후 5월 단체 등 시민단체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같은 달 24일 옛 도청 별관 보존을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공사로 인한 건물 훼손을 막기 위해서다.

이들은 2009년 5월 '5·18사적지 원형보존을 위한 광주전남 시도민대책위원회'가 도청 보존 해결방법으로 '오월의 문'을 제시하자 농성을 해제했다. 이후 정부와의 협의가 진행됐으며 정부는 '오월의 문'을 골자로 한 옛 전남도청 별관 부분 존치안에 합의키로 했다.

문화전당과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은 2010년 7월 안전성 등을 이유로 '오월의 문'을 배제하고 옛 도청 별관 54m 중 왼쪽 24m를 철거하고 30m를 보존하는 안을 제시했다.

강한 반발이 이어졌으나 광주시는 같은 해 12월 세부 사항을 계속 협의한다는 조건으로 이를 수용했다. 사실상 옛 전남도청 원형 보존이 어려워진 것이다. 그로부터 5년여 후 도청 원형을 놓고 또 다시 논란이 일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임시개관을 앞두고 2015년 9월 옛 전남도청을 리모델링한 민주평화교류원을 공개하면서다.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계엄군에 맞선 시민군 최후의 항전지이자 비무장 시민들에게 계엄군이 집단발포를 한 장소다.

문화전당 측은 민주평화교류원 조성을 위해 옛 전남도청 본관·회의실·별관, 상무관, 경찰청 본관·민원실 등을 리모델링했다. 5월 단체는 이 과정에서 계엄군이 쏜 총탄 자국을 페인트로 덧칠해 훼손하고 도청 상황실과 방송실을 철거했다고 반발하며 원형 복구를 요구했다. 문화전당 측은 이를 거부했다.

갈등의 골은 지난해 9월7일 38개 단체로 구성된 '옛 전남도청 보존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의 옛 전남도청 별관 점거농성으로 이어졌고 이들은 현재까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농성 지속하며 역할 다 할 것"

최근 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이 기정사실화됐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옛 전남도청 건물 복원 사업의 주체와 범위 등을 언급하면서다. 문체부와 광주시, 범시민대책위가 공동 TF를 구성해 복원 계획을 논의하고 옛 도청 본관·별관·회의실(민원실)과 옛 전남경찰청 본관·민원실·상무관 등 6개 건물 모두를 복원한다는 골자다.

1년여간의 농성 끝에 복원 약속을 받아냈지만 범시민대책위는 자리를 뜨지 않을 방침이다. 차후 활동 방침을 두고 내부적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야하는데다 과거 농성을 철회했다가 철거를 막지 못한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류봉식 범시민대책위공동위원장은 "정부로부터 복원 약속을 받아냄에 따라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의견에서부터 복원 공사가 끝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의견까지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복원과 관련된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 특히 농성에 적극 참여해 온 오월어머니들은 이 정도에서 농성을 그만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정부 들어 5·18이 재조명받는 상황에서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광주 정신을 알리고 안내해 줄 역할도 필요하다"며 "또 복원 작업이 본격화되려면 방식, 활용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우리가 이 역할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증언·사진 잣대 복원 문제 없나

소모적 논쟁은 삼가고 건물 복원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역사적 공간으로 복원이 이뤄진 이후에야 공간 활용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활용 논의가 선행될 경우 자칫 복원 자체를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교수는 "사회적 합의를 거친 것이라면 복원 공간에 어떤 콘텐츠가 들어갔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다만 내부 콘텐츠는 복원 후 여건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물리적 복원과 내부 콘텐츠 논의를 동시에 추진하면 사용을 위한 복원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건물 복원에 있어 1980년 5월 당시 시민들의 증언과 사진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시민 증언과 사진 등이 현재 주요 잣대로 보인다. 복원 후 '그게 최선이냐'는 문제 제기 등 다소 논란이 될 소지는 있다"면서도 "물리적인 유사성보다 중요한 것은 5·18 역사성을 보존하는 것이다. 복원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보다 복원을 추진하고 복원된 이후 공간을 최적으로 활용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대용기자 ydy21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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