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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일까, 그림일까···판화에 새겨진 '문자도'

입력 2020.05.25. 17:20 댓글 0개
[서울=뉴시스] 문병 문자도.(사진=고판화박물관 제공) 2020.5.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글씨를 이용한 그림을 통해 의미를 형상화했던 민화의 한 종류로 '문자도(文字圖)'가 있다. 효(孝), 제(悌), 충(忠) 등 유교적인 윤리를 나타내는 글자나 용(龍), 호(虎), 구(龜) 등 수호적인 상징, 부귀와 길상 등을 뜻하는 문자 등을 이용해 의미를 담았던 그림이다.

동아시아에서 판화를 통해 표현한 이 같은 문자도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개관 17주년을 맞아 오는 30일부터 7월 31일까지 선보이는 '판화로 보는 동 아시아 문자도의 세계' 특별전이다.

올해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생생문화재사업으로 열리는 특별전으로 그동안 모은 수집품 6000여점 중 문자도와 관련된 한국·중국·일본·베트남의 문자도 판화를 비롯해 문자도를 찍었던 판목 등 70여점이 전시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열렸던 문자도 특별전은 주로 육필작품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전시는 판화로 이뤄진 문자도 작품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작품들은 판목으로 먹 선을 만들어 찍은 뒤 붓으로 아름다운 색을 간단하게 올린 작품으로 이뤄져있거나 강렬한 검은 먹으로만 이뤄진 흑백 목판화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주로 유교의 이념을 주제로 하는 효제도가 주축이다.

[서울=뉴시스] 문자도 판목.(사진=고판화박물관 제공) 2020.5.25 photo@newsis.com

이번 전시에는 18세기 후반에 궁중이나 관에서 만든 문자도 판화를 비롯해 민간에서 만든 판목 등이 다양하게 전시된다. 특히 민간에서 사용했던 효제도 판화 판목인 화조 문자도 판목 원판도 소개된다.

중국의 작품은 쑤저주에서 제작된 수자 목판화 문자도를 비롯해 근대에 복원된 쑤저우 수복 대형 다색 목판화 등이 선보일 예정이며 화조와 글자를 조합해 조상과 부모와의 관계를 경계하는 다롄 판목과 화조와 글자가 조합된 다양한 흑백 문자도 판화 등이 소개된다.

글자로 노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판목에 공산당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도 담겨있어 공산당에서도 판화가 주요한 홍보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판화 문자도의 특성중 하나인 복제성으로 인해 불교 판화 문자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나무아미타불 6자 속에 무량수경의 내용을 삽화로 넣어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울=뉴시스] 중국 노래난 판목.(사진=고판화박물관 제공) 2020.5.25 photo@newsis.com

베트남에서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집집마다 연초에 판화를 사서 붙이는 풍습이 지금도 남아 있다. 제작방법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주로 테두리를 찍은 후 색깔을 입히는 가채 판화 방식이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9년 전부터 문화재청 지역 문화재 활용사업인 생생문화재사업 공모에 연속 선정되면서 문화재청과 강원도 원주시의 후원에 힘입어 이루어진 성과"라며 "문자도의 특성인 디자인성과 장식성, 대중성을 입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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