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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조훈 감독 "아버지가 계엄군에 맞고 온 기억 아직도 생생"
입력 2020.05.18. 13:45 댓글 0개5·18 40주년 영화제 '시네광주 1980' 개막작 선정
21~30일까지 네이버 TV 채널로 상영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광주 출신이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아버지가 무등고시학원의 역사 선생님이었는데 어느 날 계엄군에게 맞고 온 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M16 탄피도 들고 오셨다. 모르는 시민들에게 밥을 주기도 하셨다. 광주 문제를 다루고 싶은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다."
18일 오전 5·18민주화운동 40주년기념영화제 '시네광주 1980'의 개막작 다큐멘터리 '광주 비디오: 사라진 4시간'의 이조훈 감독을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는 영화를 이끄는 얼개를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실제 상황을 알린 비디오들'로 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주로 해외에서 제작돼 국내로 반입된 이 비디오들은 1985년부터 1987년까지 전국의 성당과 대학가를 중심으로 상영되며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나는데 크게 일조했다.
이 감독은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영화를 준비하면서 당시 광주의 현장을 비춘 '광주비디오'들이 떠올랐다. 대학교 다닐 당시 선배들을 통해 직접 봤던 게 불현듯 기억이 났다. 그 비디오를 보면서 어릴 적 상황의 맥락이 선명해졌었다. 제가 속한 40대는 매체를 통해(왜곡된사실만)접했었다. 당시 광주에 대해 심도있게 알게 된 계기는 비디오였다"고 덧붙였다.
영화 '광주 비디오: 사라진 4시간'은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카메라에 담은 기자들의 이야기와 이 방송자료를 모아 재편집해 만든 비디오들을 제작한 주역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담았다. 영화는 항쟁 기간 중인 오는 21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비디오에서 사라진 4시간의 기록을 추적하며 끝맺음한다.
1985~1987년 당시 시민들에게 광주의 참상을 알린 비디오 중에서 세 편의 제작 과정과 그 영상을 소재로 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오! 광주',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독일 공영방송 ARD의 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가 제작한 '기로에 선 한국', 힌츠페터의 영상을 재편집한 '5월 그날이 다시 오면'이 그것이다.
이 감독은 비디오 제작의 주연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해 영화를 완성했다. 이들이 당시를 회상하는 것을 돕기 위해 직접 80년대에 많이 사용했던 TV와 VCR을 준비해서 그 기기들로 영상을 함께 보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화면의 질감 역시 80년대 느낌이 나도록 보정했다.
이 감독은 영화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전반부는 광주항쟁이 어떤 맥락으로 일어났는지를 기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했다. 이를 위해 10·26 사건부터의 맥락을 넣었다. 그 다음은 광주항쟁을 알리기 위해 애쓴 사람들의 노고를 다뤘다. 후반부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걸 다루고 싶었다."
실제로 영화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의 모습을 비추는데 그치지 않는다. 관객이 5·18 민주화운동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그 시작이 된 사건은 무엇이고, 이 운동이 2020년 현재의 대한민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짚는다.
이 감독은 "5·18 민주화운동은 한국 민주화의 초석이다. 2018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촛불시위까지 이어지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커다란 바탕이 됐다. 그동안 제작한 다큐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의 피해자들의 얘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영화는 그 사건이 어떻게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는지를 비춘다"고 말했다.
앞의 두 부분이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과 그 의미를 고찰하는 부분이라면 마지막 '사라진 4시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짚고, 가해자들에 대한 단죄를 촉구하는 부분이다.
5월18일까지 대학생 중심이던 5·18 민주화운동은 계엄군의 폭력에 5월19일에는 일반 시민들과 고등학생들까지 합류하게 됐다. 시위 참가자고 3000여명 이상으로 증가하자, 계엄군의 진압은 더 폭력적으로 바뀌었다. 이에 시위는 더 거세졌고, 5월21일 전남도청과 전남대학교 앞에서 시위대와 계엄군은 대치했다.
이날 오전 전남도지사는 헬기를 타고 확성기로 21일 정오까지 공수부대를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지만, 공수부대 철수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이후 공수부대의 도착이 늦어지자, 수세에 몰린 계엄군은 21일 정오(전남대 앞), 오후 1시께(전남도청 앞)에 시민들을 상대로 무차별 발포를 한다.
하지만 21일 12시부터 4시 정도까지 4시간에 대한 기록은 그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당시 총을 맞고 쓰러지는 시민의 모습이 유일한 기록이다. 이 감독은 최근 활동을 시작한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수사를 통해 이 부분을 밝혀주기를 바랐다.
이 감독은 "모든 비디오에서 이 4시간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연구실장님도 이에 대해 의문을 갖고 계셨다. 딱 도청 앞 발포 당시의 4시간만 없더라"고 짚었다.
또 "2018년 기무사에서 국가기록원으로 당시 보안사가 찍은 사진 1700여장이 이관됐다. 하지만 이관된 자료에 영상은 없었다. 이 사라진 4시간에 대한 사진도 없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인터뷰에도 응해주지 않았다"고 답답해했다.
이 감독은 국내 언론에 대해서도 섭섭한 마음을 넌지시 비쳤다.
"당시 KBS와 MBC는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내보낼 뿐이었다. 21일 당시 도청에 기자가 스무 분 정도 있었다. 발포 당시 기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을 수도 있는데, 다들 인터뷰에 응하지 않거나 인터뷰에 응해주더라도 답변을 얼버무리더라."
2000년에 데뷔한 그는 역사적 사건을 다룬 방송용 다큐멘터리와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에 치중해 왔다. 2018년에는 박정희 정권 시절 납치돼 무임금으로 개척 사업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서산개척단'을 개봉해 관련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에 포함되도록 이끌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신자유주의 문제나 노동 문제를 많이 다뤘다. 2010년 이후에는 근현대사의 문제를 많이 다룬 것 같다. 최근 KBS 3·1운동 100주년 관련 다큐멘터리와 6·10항쟁 기념 다큐에도 참여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중국 티베트의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 '라싸에서 온 편지'를 준비하고 있다.
이 감독은 "독립운동 조직이 중국 정부에 의해 망가지는 과정을 그린다. 마무리 과정에 있다. 사회문제를 다룬 다큐를 많이 해 왔지만 데뷔작은 '딸기가 좋아'라는 애니메이션이다. '저주 토끼'라는 SF공포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한편 '서울의 봄, 광주의 빛'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씨네광주 1980 영화제는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장·단편 한국영화와 20세기에 자행된 국가폭력·민중의 저항을 다룬 초청작 등 60여편을 상영한다.
임흥순 감독의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를 비롯해 이조훈 감독의 '광주 비디오', 박영이 감독의 '우리가 살던 오월은', 정경희 감독의 '징허게 이뻐네', 김재한 감독의 '쏴!쏴!쏴!쏴!탕', 김고은 감독의 '방안의 코끼리' 등이 영화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
영화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온라인으로 오는 21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네이버 TV 채널 '시네광주 1980'을 통해 상영작을 관람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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