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명량해협 대축제

입력 2017.09.05. 14:23 수정 2017.09.06. 08:28 댓글 0개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 화원반도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사이의 바다. 그 곳은 바닷길이 병목처럼 급격히 좁아지는 해협이다. 길이 1.5km에 폭이 가장 좁은 곳은 300여m 가량된다. 밀물 때는 남해의 바닷물이 한꺼번에 서해로 빠져나가는 관계로 조류의 속도가 엄청나다. 초속 5m 정도(평균 유속 10노트·시속 20km)의 바닷물이 암초에 부딪쳐 울리는 굉음이 천지를 진동시킨다. 마치 바다가 우는 것 같다 해서 울 명(鳴)자를 써 ‘울돌목’이요, ‘명량(鳴梁)해협’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남곤(南袞)은 “붉은 비 내리고 녹음은 살찌는데/거센 바람이 물결을 치매 조수(潮水)소리가 장하구나”라는 시를 지은 바 있다. 오도숙(吳道淑) 또한 ‘상경해정기’에서 울돌목을 울도항이라고 표현했다.

장군은 420년 전 이 해협에서 풍전등화에 놓인 나라를 구해낼 기틀을 마련했다. 칠천량, 한산, 노량 해전과 함께 임진왜란 4대 해전으로 불리는 명량 해전은 지금도 왜인들에게 전율의 기록으로 남아있을 정도다. 1597년(선조 30년) 9월16일, 장군은 마지막 남은 12척의 배로 이 해협에서 왜선 133척을 맞아 필사의 전투를 치렀다. 결과는 31척의 적선이 침몰되고 남은 배들도 별로 성치않은 상태로 패퇴 당해야 했다.

사리(大潮) 때여서 물살이 가장 빨랐던데다 적선이 침입하던 당시에는 북서류하던 해류가 점차 남동류로 바뀌는 시점이었다. 장군은 이같은 지형지물과 시간을 유효 적절하게 활용해 적들에게 궤멸에 가까운 패배를 안겨주었다. 이 해전의 승리로 정유재란을 일으킨 왜군이 한강 유역으로 침입하는 길목을 차단 당했다. 역사적 해전을 길이 전승하고 기억시키자는 뜻으로 후인들은 이곳에 칼을 빼어들고 전투를 지휘하는 충무공 전신상과 전첩비를 세우는 한편 이 일대를 국민관광지로 만들었다. 장군의 위대함을 담아 영화로 만들어진 ‘명량(부제:회오리 바다)’를 보기위해 개봉관을 찾은 관객들은 1천700만명을 넘겼다.

전남도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한 명량대첩 축제가 오는 8일부터 3일간 울돌목 현장에서 열린다고 한다. 명량대첩 승리로부터 7주갑을 맞는 올해, 그 감격스러운 기억을 되 살리고 장군의 리더십과 국난(國亂) 때마다 과감히 떨쳐 일어났던 호남인들의 호국·희생정신을 기리는 차원이다. 대한민국 해군이 구축함과 헬기, 립보트 등을 동원해 해상 퍼레이드를 펼치며 군악대, 뮤지컬 팀은 ‘명량, 울돌목의 노래’라는 주제의 공연도 시연된다. 그 대첩에 참여했던 장수와 수많은 수군, 의병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헌다(獻茶) 행사도 곁들여지며 세계 해전사에 우뚝한 대첩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국제학술 심포지엄’도 열린다. 장군의 영용함과 기개가 눈에 잡힐 듯 가슴 벅차게 선연히 다가온다.김영태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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