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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0돌 릴레이 인터뷰]④軍암매장 산증인 조성갑

입력 2020.05.13. 09:01 댓글 0개
광주시 공무원으로서 항쟁 직후 사체 41구 수습
"훈련된 軍에 의한 치밀한 매장·은폐 정황 분명"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직후 광주시 공무원으로서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에 희생된 민간인 사체를 직접 수습한 조성갑씨.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계엄군은 이제라도 5·18민주화운동 당시 자행한 반인륜적 범죄를 자수해야 합니다."

5·18 직후 계엄군의 무력 진압에 희생된 민간인 사체를 수습한 조성갑(80)씨는 13일 "고도로 훈련된 군이 조직적으로숨진 시민들을 암매장한 것은 사실이다"며 "국민을 죽인 것도 모자라, 진실마저 묻으려 했던 것 같아 공무원으로서 참담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1980년 광주시청 노정계에서 행정서기(7급)로 일했다. 가정을 꾸린 공무원 신분이었지만, 공수부대원들이 백주대낮 도심에서 어린 학생들을 무차별 구타하는 모습에 분노를 참을 수 없어 5월21일부터 시위에 동참했다.

항쟁의 한복판에서 그는 군중을 향한 계엄군의 기관총 난사를 목격했고, 도심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총성과 신음 소리를 들었다.

공수부대가 도청에서의 최후 진압 작전을 마친 5월27일 조씨는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시청을 찾아갔다.

도심에 방치된 사체를 수습해야 했지만 누구도 쉽사리 나서지 않았다. 조씨는 담당 업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 수습을 자처했다.

이후 조씨는 관계기관 통보와 시민 제보 전화를 토대로, 밤낮으로 사체를 수습하고 검시 장소로 옮겼다.

철수 직전의 계엄군과 마찰을 빚어 한때 업무에서 배제됐지만 조씨는 자발적으로 광주시내 곳곳의 사체들을 찾아 거뒀다.

조씨가 수습한 민간인 희생자 사체는 검시 기록 등으로 공식 확인된 것만 총 41구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직후 광주시 공무원으로서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에 희생된 민간인 사체를 직접 수습한 조성갑씨. 조씨가 광주교도소 내에서 암매장 사체를 발견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wisdom21@newsis.com

조씨는 직접 수습한 사체 중 21구는 정황 상 계엄군에 의한 암매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국군통합병원 주변 11구, 광주교도소 안팎 8구, 주남마을 야산 2구 등 매장 위치와 발견 상태를 분명히 기억했다.

조씨는 "광주국군통합병원 인근 전투교육사령부 101사격장 인근 공터에 100m 길이 고랑이 2줄로 나 있었다. 병원에서 나온 시신을 묻는 임시 묘지로 쓰였던 것 같다"며 "굴삭기가 세워져 있었고 인력으로 파기 어려운 깊이에 사체가 묻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군 통보를 받고 달려간 광주교도소에서 나온 사체는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매장·은폐 방법이 치밀하고 정교했다고 회고했다.

조씨는 "한참을 살펴보고서야 폭이 좁고 깊은 고랑에서 50㎝ 길이의 나뭇가지 5개를 꽂아놓은 흔적을 발견했다. 나뭇가지 밑 1m 지하에는 짚가마니로 꽁꽁 싸맨 사체 5구가 한 치 오차 없이 2m 간격을 두고 한 줄로 가지런히 묻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나머지 3구는 교도소 담장 밖 야트막한 동산에서 발견됐는데 아무런 표시조차 없이 매장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교도소 발견 사체 중 아내가 신원을 확인한 40대 가장에 대한 사연은 그를 더욱 분노케했다.

조씨는 "저녁식사 도중 자택을 들이닥친 계엄군에 연행됐다고 했다. 아내가 전남대학교 내 군 주둔지에서 남편의 옷가지를 발견한 뒤 검시 장소까지 찾아왔다"면서 "무고한 시민이 연행돼 모진 고초를 겪다 교도소 땅에 암매장됐다고 생각하니 울분이 치밀었다"고 털어놨다.

주남마을 인근 야산 자갈밭에서 발견한 30대 남성 사체 2구도 지표면을 고른 흔적과 깨진 곤봉 조각 등을 근거로 군 암매장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당시 사체를 수습하며 경험했던 내용을 1995년 검찰 5·18 특별수사본부에 진술했다. 조씨의 진술조서는 5·18 희생자 암매장 의혹을 뒷받침하는 근거이자 진상규명의 중요한 단서로 평가받는다.

조씨는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암매장에 대해 묻는다면 '고도로 훈련된 군인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암매장 사체가 분명 있었다'고 답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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