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금강산도 식후경 전남 별미모음.zip

입력 2020.05.07. 10:03 댓글 0개

'날씨 참 좋다'

요즘들어 회사에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밖을 나서면 이런생각이 자주 든다. 

몇주 전에만 해도 날씨가 쌀쌀해 항상 외투를 걸치고 나섰던 길이 이제는 날이 더워 팔 소매를 걷어 올리고 일쑤고 길가의 앙상했던 가로수는 어느덧 마른 나뭇가지를 짙푸른 녹음으로 살찌웠다.

이렇게 주변이 분주하게 봄을 맞이하다 보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 하염없이 스마트폰으로 갈만한 나들이 장소를 뒤적거린다.

어딘가로 떠날 때 우리는 대게 장소를 중심으로 찾는다 그러다보니 매번 식상한 관광지, 수많은 인파와 마주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색다른 제안을 드려볼까한다.

별미를 찾아서 떠나보는 미식 나들이를 말이다. 

■ 광양 메기구이

우리는 '메기'라는 생선을 매운탕으로 많이 접해봤다.

그런데 광양을 가면 이 '메기'라는 녀석을 구이로 맛을 볼 수가 있다.

무쇠팬에 포가떠진 큼지막한 메기를 넣고 여기에 특제 양념소스와 생강을 먹음직스럽게 올려 손님상에 내놓는다. 

메기구이는 우리가 알던 메기와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마치 민물장어와 비슷한 쫄깃한 식감을 가지며, 여기에 특제 양념이 특유의 흙내를 가려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메기살에서 기름이 베어나와 바삭하게 구워지면 민물장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구이를 다 먹고나면 머리와 뼈를 사용해 끓인 메기탕이 나오니 이거야 말로 일석이조다.

 

■ 장흥 소고기된장물회

장흥은 사람보다 소가 더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두말 할것도 없이 소가 유명하다.

이를 증명이라도 소고기, 표고버섯 그리고 키조개 관자를 구워 삼합으로 즐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장흥은 사실 소 말고도 유명한게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물회'다.

그것도 그냥 '물회'가 아닌 된장을 풀어서 내놓는 '된장물회'다.

시원하고 상큼한 육수에 고소한 된장이 들어가 믿을 수 없는 감칠맛을 선사한다.

입안에 들어왔다 금세 빠지는 감칠맛을 잊지 못해 계속 수저를 들게 만든다.  

이 '된장물회'에 주인공 격인 생선회가 빠지고 소고기 육회가 들어간다면?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아 생략한다.

■ 목포 꽃게무침

목포는 소고기 낙지 탕탕이가 유명하지만 사실 꽃게무침이 빠져서는 안 된다.

신선한 꽃게에 빨간 양념을 팍팍 버무려 손님상에 올린다.

얼핏 보면 양념 꽃게장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우선 꽃게를 한 입 크기로 썰어 먹기 좋게 만들고 몇몇은 살만 따로 발라낸다.

이것을 슴슴하게 간이 된 빨간 양념에 버무려 손님상에 내는 것이다.

꽃게 살에 양념 색이 베어들지 않은 것을 고려했을 때 숙성기간이 없거나 무척 짧을 것으로 보인다.

이 미묘한 차이가 양념꽃게 장과 완전 다름을 만들어낸다.

꽃게에서 날 수 있는 비린내는 양념이 잡으면서 꽃게서 나는 본연의 단맛은 양념이 가리지 않아 신선한 꽃게와 양념의 절묘한 맛을 느낄수 있다.

■ 여수 삼치회, 왕갈비해물전골 

삼치는 왕소금을 뿌려 노릇노릇 구이로 즐기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여수에서는 삼치를 선어 회로도 즐기는데 물컹한 식감을 싫어한다면 피하기 바란다.  

살은 좀 무르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삼치 특유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특히, 먹는 방법이 중요하다.

손바닥에 김을 한 장을 올리고 그 위에 갓김치, 삼치회, 파채를 올려 먹으면 고급 참치 회 부럽지 않다.

다음은 푸짐함에 눈이 먼저 즐거움을 느끼는 곳이다.

여수의 싱싱한 해산물과 더불어 큼직한 갈비를 올려 손님상에 내놓는데 눈이 먼저 즐거워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국물은 맑은 국물인데 이것은 해산물이 그만큼 싱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해산물이 싱싱하지 않다면 비린 맛과 냄새를 감추기 위해 얼큰한 맛과 향을 가미하기 마련인데 그런 잔재주는 쓰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맑은 국물을 필두로 키조개 꽃게 낙지 새우 등의 해산물과 그리고 갈비까지!

시원한 육수 맛과 갈비가 주는 고소한 맛 그리고 마지막에 물밀듯 밀려오는 감칠맛까지 꼭 느껴보길 바란다

이재관기자 skyhappy12@naver.com 정수연기자 suy@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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