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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립대학 위기 극복 위한 국가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입력 2020.04.24. 13:19 수정 2020.04.26. 20:00 댓글 0개지난 달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을 대표하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사립대학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교육부에 재정지원을 요청했다. 금년 들어 벌써 두 차례나 교육부에 재정관련 요청을 하였는데 이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학의 평균 적자 규모는 17.7억 원에 이르고 있다. 지역별로는 2012년에 광주·전남의 사립대학들에서 가장 먼저 적자가 발생되기 시작했고, 서울 소재 사립대학들도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되었다.
사립대학의 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배경은 역시 학령인구의 감소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정원 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2015년 1주기 구조개혁 평가, 2018년 2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이어 2021년 3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교육풍토에서는 이러한 진단을 아무리 권역별로 시행하더라도 결국 수도권지역의 대학들은 지금과 같은 정원 규모를 유지하면서 정부지원을 받게 될 것이고, 지방대학들은 충원이 어려워 대학 운영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사립대학들의 폐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때 교육부가 2021년까지 38개교의 폐교가 예상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도 있다. 대학의 폐교 도미노로 2030년 이후에는 대학의 절반이 폐교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지방사립대학들을 주로 겨냥한 전망들이다. 만약에 지방사립대학들의 폐교가 속출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올까?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교직원과 그 가족들, 학생들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경제의 심각한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다. 지역경제의 타격은 국가경제의 타격으로 확대될 것이다. 현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려고 하는 지방분권화도 요원해질 수 있다. 결국 국가적 재앙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립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과 같은 교육부의 정책으로는 부족하고, 과감한 국가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 해답은 교육의 공공성에서 찾아야 한다. 이제는 유아교육에서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국가책임이 실현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이미 헌법과 교육관계법령에도 고등교육의 공공성은 전제되어 있고, 문재인 정부도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해놓고 국가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은 보편화되어 있다. 누구든지 시기와 장소에 구애됨이 없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대학진학률이 70%에 이르러 OECD국가 중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지출 비중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9위의 경제국가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는 이 기형적인 구조를 조속히 청산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지출 비중을 과감히 늘리는 정책의 대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민주당 대선 주자 23명 중 최소 18명이 대학의 무상교육(free college)을 주장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일본 아베 총리도 최근 대학 교육의 전면 무상화를 주장하고 있다. 모두 보편화되어 있는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지금 조선대, 상지대, 평택대가 정부의 '공영형 사립대 실증 연구'용역사업에 선정되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공영형 사립대에 대하여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과감하고 차질 없이 실현해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 <기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나는 파리 19구에 산다. 서민 동네이자 치안이 나쁘기로 소문난 구역이라 한국인은 거의 만나기 어렵다. 옆방 이웃은 난민 출신이다. 우리는 파리 주민이자 이방인이다. 남의 나라에서 남루하게 살아가는 처지라 생활이 풍족하지는 않다. 대신에 1980년대 한국 달동네에서 있었을 법한 일화가 가끔 일어난다. 어느 방에서 아이가 너무 울면 문을 열어 남의 아이를 안고 달래준 달지, 이 빠진 접시에 음식을 담아 맛보라고 가져다준달지….벽은 소음에 취약해 옆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상히 알려준다. 이웃으로 살면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소리로 확인한다. 옆방에서는 아프리카 노래가 자주 흘러나온다. 엄마는 아이에게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밝은 리듬에 콩룩콩탁 거리는 발음이 사랑스러운 노래다.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밝고 흥겹다. 때로는 이 귀여운 노래 위에 시름이 느껴질 때도 있다.낯선 리듬과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면 새댁의 하루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옆방에서는 나의 한국어를 꽤나 들었을 것이다. 내가 일 때문에 지방에 며칠 다녀왔을땐 내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며 새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 적도 있다.옆방 새댁이 어떤 경로로 파리에 오게 됐는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이를 데리고 미장원으로 출근한다는 정도만 안다.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옆방 모자를 만났다. 넓은 천을 이렇게 저렇게 꼬아 머리에 두르고 아프리카 스타일 프린트가 화려한 외투로 한껏 차려입었다. 예쁘다. 지하철 의자에 나란히 앉은 모자를 맞은편에 앉은 내가 핸드폰으로 찍는다. 엄마 등에 업혀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칭얼대던 아기는 어느덧 엄마에게 프랑스어로 떼를 쓸 정도로 컸다.일하러 가느냐고 그녀가 내게 묻는다. 지하철 창문 쪽으로 유리 닦는 시늉을 하며 청소라고 프랑스어로 발음한다. 나는 요즘 청소 일을 한다."이브람 엄마도 일하러 가요? 미장원이 어디에 있어요?" "아뇨, 오늘 일 안 해요. 그런데... 20유로... 있어요? 20유로만 빌려줄 수 있어요?"돈 빌려달라는 말에 머릿속이 순간 복잡해진다. 20유로면 3만 원정도 된다. 지갑 속에는 꼬깃꼬깃한 5유로짜리 지폐와 동전이 들었다. 주로 카드를 사용하니 현금 가지고 다니는 일이 드물다. 잠깐 고민 후 돈이 없다고 대답한다. 새댁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표정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해 미안할 지경이다."이브람 엄마, 집에 지갑 놓고 나왔어요?" "미장원 일 못한 지 한 달도 넘었어요. 체류증이 끝나서 일 못해요. 먹을 게 없어요. 파리에 친구가 없어요."난민 체류자격 기한이 끝나 미장원에서 해고된 모양이다. 프랑스에서 체류증 없이 노동하는 건 불법이다. 두 모자가 지하철에서 내린다. 엄마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연신 흔들며 아이가 떠나는 내게 인사한다. 옆방에 사는데 밖에서 만나니 새삼 반가운 모양이다. 아이의 작고 까만 손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유튜브 아카이브에서 1980년 어느 날의 '이종환의 디스크쇼' 오프닝이 들린다.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이따금 향수병에 시달릴 때 한국 라디오가 위안이 돼준다.성북구 종암동 이창수 씨의 엽서입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열망하는 나의 사랑을 믿으십시오…. 어느 청취자의 절절한 사랑고백이다. 1980년 이창수 씨는 그녀에게 구애하며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신청했다. "당신이 지쳐 작게 느껴질 때 두 눈에 눈물 고일 때 내가 눈물을 닦아드릴게요. 당신이 잘 지내지 못하고 당신이 길에서 떠돌 때 나는 당신의 편이에요. 외로운 당신을 위해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창수 씨는 사랑을 이루었을까. 험한 세상에서 그녀를 위해 다리가 되어주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준 적 있는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지하철에서 찍은 사진을 새댁에게 전송한다. 사진 속에서 아이가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보이고, 엄마는 공작새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다. "메르시 마마"라고 답장이 온다. 신혜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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