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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시야서 사라진 美보건장관··· '코로나 책임론' 부상

입력 2020.04.23. 09:52 댓글 0개
초기 대응 실패 책임론…의사결정 권한 상실한 듯
[워싱턴=AP/뉴시스]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지난 3일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에이자 장관이 코로나19 대응 관련 입지를 잃었다며 그의 초기 대응 실패 온상을 상세히 보도했다. 2020.04.23.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건 당국 총 지휘자인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어느 순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일각에선 그가 초기 대응 실패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이자 장관은 지난 3일 이후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정례 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팬데믹(Pandemic·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국가 보건 총책임자가 위기 대응 총괄팀 브리핑에서 실종된 것이다.

WSJ는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에이자 장관이 최근 몇 주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TF와의 상의 과정에서 열외 취급을 당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주엔 HHS 공공부문 차관보에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 보좌관 출신 인사가 임명되기도 했다.

미 HHS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 등을 산하에 둔 미국 최고 보건 당국이다. 지난 2018년 1월 취임한 에이자 장관은 올 초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에 관해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공개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에이자 장관에게는 더는 미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유의미한 의사 결정 권한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그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낙관론만 보고했다는 등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에이자 장관은 특히 지난 1월2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통제 하'에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워싱턴주에서 미국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불과 며칠 뒤다. 이후 현재까지 미국 내 누적 확진자는 80만명을 넘어섰다.

당시 회의엔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도 참석했다. 레드필드 국장은 다른 당국자들의 코로나19 진단 관련 질문에 답하려 했는데, 에이자 장관이 말을 끊었다고 한다. 에이자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 주 내 백만건' 검사를 자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자 장관은 아울러 코로나19 검사에 있어 세계보건기구(WHO)가 배포한 진단 키트보단 CDC 자체 제작 키트 사용을 선호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CDC가 초기 제조한 진단 키트는 정제수에도 양성 반응을 보이는 등 불량한 상태였다.

에이자 장관은 CDC 불량 키트 문제가 제기되자 격분했고, HHS 산하 식품의약국(FDA) 당국자를 애틀랜타 CDC 본부로 보내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그러나 백악관에서만큼은 검사에 문제가 있음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는 게 행정부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CDC의 코로나19 불량 키트 논란 및 회수 작업은 미국 내 초기 대응 실패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백악관 코로나19 TF 회견에선 '자체 진단 키트 사용 고수'가 초기 대응 실패를 키운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에이자 장관은 2월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TF 구성원들에게 HHS가 코로나19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확신시켰다고 한다. 또 백악관 회의에서 CDC 진단 키트 불량에 대한 비판이 자신을 향하자 돌연 레드필드 국장을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월25일 에이자 장관이 결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눈 밖에 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병센터(NCIRD) 낸시 메스니어 소장이 컨퍼런스콜에서 기자들에게 팬데믹 가능성을 언급하며 경고를 보낸 것이다.

이후 에이자 장관은 바이러스 통제를 주장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급락하는 등 혼란이 초래됐다. 당시 인도에서 귀국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에이자 장관에게 전화해 고성을 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연방정부 차원의 코로나19 대응 총괄 역할로 임명했다. 에이자 장관은 발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이 사실을 알았다.

이후 코로나19 TF 구성원으로 스티븐 한 FDA 국장과 시마 버마 의료서비스센터(CMS) 센터장이 추가됐으며, 에이자 장관은 그로부터 일주일여 뒤 펜스 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지원 차원 워싱턴 공개 방문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에이자 장관은 사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입지 축소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SJ는 행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그가 최근 백악관 보좌관에게 자신이 더는 실제 HHS장관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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