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비싸게 팔아야'vs '5·18 사적인데···'

입력 2020.04.22. 11:20 수정 2020.04.22. 17:30 댓글 1개
광주 정신 깃든 적십자병원 2차 경매
최저입찰가 88억…시 예산 90억 불과
수의계약 요청했지만, 경쟁입찰로 전환
5월 단체 “역사 현장 시민에 돌려달라”
5월 단체들이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인 옛 적십자병원의 민간매각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광주광역시 동구 불로동 옛 광주적십자병원. 이 곳은 80년 5월 광주와 인연이 깊다. 당시 계엄군의 총칼에 부상 입은 수많은 시민들이 치료를 받고, 헌혈 행렬로 뜨거운 시민 정신을 나눈 5·18민주화운동 역사 현장이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그런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제11호 옛 광주적십자병원 매입이 진통을 겪고 있다. 소유주인 서남학원이 빚더미에 놓이면서 적십자병원 건물이 민간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 민간에 매각될 시 최악의 경우 5월 아픔과 광주 공동체 정신이 깃든 원형이 훼손되고 철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5월 단체들은 5월 광주정신이 깃든 역사적인 장소인 적십자병원 보존을 촉구하고 나섰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22일 옛 적십자병원(서남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적십자병원을 시민들 품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적십자병원은 5·18 당시 계엄군의 총칼에 부상을 당한 시민들이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진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이후 많은 환자들이 실려와 수술할 피가 부족하자 헌혈에 동참하는 등 시민정신이 살아 숨쉬는 역사적인 장소다"고 밝혔다.

이어 "이처럼 소중한 공간이 민간에 매각돼 원형이 훼손되고 철거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더구나 5·18 사적지 보존이 시급한 상황에서 5·18의 역사와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어 시민들의 우려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5·18 40주년을 맞아 5·18 기억과 정신을 온전히 담고 있는 역사적 공간인 옛 적십자 병원의 민간매각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서남학원 청산인은 적십자병원의 민간매각을 즉각 중단하고 5·18과 광주시민의 품으로 돌려줄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서남학원측에 전했다.

이같은 단체들의 목소리는 적십자병원 매각이 경쟁 입찰로 진행되면서 보존을 담보할 수 없어서 나오게 됐다.

1954년 건립돼 공공의료기관으로 운영되다 1995년 서남학원에 매각된 옛 적십자 병원은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쓰였다. 그러나 서남학원이 재단 비리와 부실대학 선정되면서 서남대병원도 2014년 문을 닫고 폐건물로 방치됐다.

서남대학교는 2017년 결국 폐교됐고 서남학원 청산인들은 현재 남은 자산을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중이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재산매각 승인을 내리면서 서남학원은 체불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자산 매각에 나섰다.

서남학원으로서는 자산을 최대한 비싸게 매각해야 임금체불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적십자병원 매각을 경쟁입찰로 전환했다.

지난해 9월 한 차례 입찰을 진행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서남학원 채권단은 내달 4일 2차 입찰을 공고했다. 최저입찰가는 88억 5천만원이다.

광주시는 5·18의 현장인 옛 적십자병원이 팔리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 입찰을 준비하고 있으나 예산이 부족하다. 당초 광주시는 서남학원 청산인측에 구매 금액을 일정 수준으로 정하는 '수의계약'을 제안했으나 거절됐다.

시는 시의회 승인을 통해 매입 예산 90억원을 편성했다. 경쟁입찰이라 광주시만 단독으로 입찰할 경우 경매가 성립되지 못하고 다시 유찰된다. 그러나 경쟁입찰자가 등장할 경우 낙찰 가격은 당연히 90억원 이상으로 올라갈 것도 뻔한 일이다.

이렇게 될 경우 90억원밖에 없는 광주시는 병원을 낙찰받은 새 소유주와 협상을 해 건물을 매입하는 수밖에 없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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