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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 약속 꼭 지킬게" 세월호 유족들 다짐
입력 2020.04.12. 14:43 댓글 0개[진도=뉴시스] 변재훈 기자 = "애들아 보고싶다. 약속 꼭 지킬게"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닷새 앞둔 12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에는 가족들의 애끓는 외침이 울려펴졌다.
희생자 가족 43명을 비롯한 추모에 동참한 시민 84명은 이날 오전 8시께 목포해경 전용 부두에서 3015 경비함을 타고 3시간여 만인 오전 11시께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경비함 헬기 이·착륙 갑판 위에 모인 희생자 가족들과 시민들은 착잡하고 침울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손을 앞으로 모으거나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푹 숙이는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휴대용 스피커에서는 '밤에 어둠속에 노을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 아무도 외롭지 않게'라는 가삿말의 추모곡이 흘러 나와 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오전 11시6분께 함장이 안내 방송을 통해 "참사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304명을 기리며 묵념하겠습니다 일동 묵념 시작"이라고 알리며 선상 추모 행사가 시작됐다.
곧바로 뱃고동 소리가 '슬픔과 침묵의 바다'에 크게 울려 퍼졌다. 추모의 의미를 담은 기적 소리를 신호로 갑판 위에 모인 희생자 가족·시민들은 40초가량 짧게 묵념을 했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던 어머니는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점을 표시한 '노란 부표'가 보이기 시작하자 끝내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묵념 도중 한 어머니는 '아아아~' 크게 소리 내 오열하기 시작했다. 옆에 서 있던 다른 참석자가 다독여보지만 좀처럼 슬픈 감정은 잦아들지 않는 듯 보였다.
고개를 숙인 채 말 없이 바다만 바라보던 가족들도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노란 부표를 응시했다. 이어 희생자 가족들은 하얀 국화를 한송이씩 든 채 함정 난간 앞으로 향했다.
가족들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며, 그날의 아픔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단원고 2학년8반 장준형 학생의 아버지 장훈씨는 하염없이 사고 지점을 바라보며 쉽사리 국화를 놓지 못했다.
같은 반 이재욱 학생 어머니 홍영미씨도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로 가리며 슬픔을 삼켰다.
일부 희생자 가족들은 목놓아 아들·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추모 행사에 동행한 일반 시민들도 울먹이는 가족들의 옆에 서서 등을 토닥이거나 끌어안으며 슬픔을 나눴다.
1반 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는 가족들의 표정과 야속하기만 한 사고 해역을 부지런히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아이들과 한 진상규명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 약속을 지켜야만 추모도 할 수 있다"며 "내년 7주기 때만큼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노란 부표를 촬영하던 문씨는 끝내 고개를 떨구고 울먹였다.
홍영미씨는 "올 때마다 바다가 무심하다고 느껴진다. 부모로서도, 사회의 일원으로서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잊고 싶은 날이지만 역사는 기록되고 세상에 알려야 한다"며 "현 정부가 임기를 마치기 전에 반드시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 책임자를 밝혀내고 합당한 처벌을 해야 더욱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 가족은 "4월16일 그날을 잊지 않고 희생자들을 기리고 생각하는 시간이다. 사고 해역을 올 때마다 마음이 먹먹하다"며 "차가운 바다에서 고통 받았을 아이들을 잊지않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남겨진 자의 몫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노란부표를 향해 국화를 던지며 '엄마가 꼭 잊지않겠단 약속지킬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얼마나 추웠겠니' 등을 외쳤다.
함정이 사고 해역을 한바퀴를 도는 동안 가족들은 한시도 노란 부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희생자 가족들과 선상 추모에 동참한 40대 여성 박모씨는 "6년 전 벌어진 일인데도 아직도 참사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며 "특조위부터 선체조사위, 검찰 수사까지 '이제 웬 만큼 진상 규명된 것 아니냐'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정작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침몰했고, 왜 제때 구조되지 않았는지?'를 밝혀야 진상규명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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