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마스크 속의 입냄새(口臭)

입력 2020.04.02. 10:23 수정 2020.04.09. 17:34 댓글 0개
손미경 건강칼럼 조선대학교치과병원장

요즘 신종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엘리베이터와 같은 협소한 공간을 포함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왠지 눈치를 주게 되고, 또 피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의료기관도 병원감염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는 환자나 보호자는 출입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마스크를 오랜 시간 사용하면서 자신도 몰랐던 입냄새를 느끼고 자가 진단해 치과에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호흡이나 대화할 때 입에서 나는 냄새를 입냄새 또는 구취(口臭)라고도 합니다. 입냄새는 생리적, 병리적, 심리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생리적인 입냄새는 마늘이나 양파와 같은 음식이나 담배를 피우는 경우에 나는 입냄새입니다.

대부분의 입냄새는 병리적 원인에서 기인합니다. 요즘처럼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 심한 일교차로 인해 면역력이 낮아지고 구내염이나 비염이 생기면서 입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기관지염이나 폐렴,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이 있는 환자들에서도 나타납니다.

치과적으로는 구강 내 설태, 치태, 치석, 풍치나 충치가 원인이 됩니다. 또한 호르몬의 변화나 장기적인 약 복용으로 인해 침 분비가 감소한 구강건조증이 있는 경우나 구강 내에 오래된 보철물이나 잘 관리되지 않은 틀니도 입냄새를 유발합니다. 이러한 생리적 또는 병리적인 원인에서 기인한 경우는 진단이 명확하고 치료가 비교적 쉬운 반면, 구강이 청결하고, 전신 질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주관적으로 냄새를 호소하는 경우를 심리적 입냄새라고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치과에 내원하는 상당수의 환자들이 이 심리적 입냄새 즉 가짜 입냄새를 호소합니다. 우리 인체는 대사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냄새를 풍깁니다. 사람마다 체취가 있듯이, 입에서도 정상적으로 주위에서는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미약한 냄새가 있습니다. 그런데 후각검사나 구취측정기를 이용한 객관적인 검사에서도 구분되지 않는 이러한 냄새를 본인은 심하다고 느끼는 것이 가짜 입냄새입니다.

가짜 입냄새는 불안심리나 완벽주의 심리, 주위를 많이 의식하는 사람에게 주로 나타납니다. 가짜 입냄새를 호소하는 환자들은 전문가의 진단도 믿지 못하고 지속적인 냄새 불안증으로 인해 심하게는 우울증과 대인관계 불안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가짜 입냄새로 인해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구강건조나 소화불량, 위염 등을 일으켜 진짜 입냄새로 변하기도 합니다.

마음은 몸에 영향을 줍니다. 마음의 병이 진짜 몸의 병이 됩니다. 가짜 입냄새로 힘들어하는 많은 환자들이 과거에 가족이나 직장동료들로부터 입냄새를 지적받으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경험을 호소합니다.

사랑을 하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이고 그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가 다 향기가 됩니다. 가짜 입냄새의 공포를 없애주는 처방은 사랑의 마음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봄 햇살이 따스합니다. 마스크 속의 입냄새에서 벗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재잘거리며 수다를 떨고 활짝 웃는 일상이 빨리 돌아오기를 고대해봅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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