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배신의 민족?

입력 2020.04.07. 18:12 수정 2020.04.07. 20:18 댓글 0개
박석호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장

'배달의 민족이냐, 배신의 민족이냐'

국내 배달앱 1위 업체인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변경 논란과 관련, 고개를 숙였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는 지난 6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광고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꿨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을 받은 끝에 결국 6일 만에 사과하고, 보완조치를 약속한 것이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은 광고료를 정액(건당 8만8천원)으로 부과하는 '울트라콜' 방식에서 정률제(5.8%)로 바꾸겠다고 밝혀, 소상공인들과 정치권으로 부터 '수수료 인상 꼼수', '독과점 횡포'라는 비판을 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이때 배달의 민족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 인상은 이미 예견됐었다. 국내 배달앱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의 대주주인 독일 기업 '딜리버리 히어로'가 국내 1위 기업인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지난해 12월부터 관측돼 왔다.

'독과점'은 어떤 상품의 공급에 있어서 경쟁자가 하나도 없는 '독점'과 경쟁자가 있기는 하지만 소수인 '과점'을 합친 경제용어로서, 경쟁이 없거나 모자란 형태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독과점이 나타날 경우 완전경쟁 상태보다 가격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수요와 공급이 정상적으로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독과점 기업의 의도적인 폭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 인상은 소상공인들의 비용 부담을 늘리고, 이 비용은 다시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독과점 기업은 인프라와 가격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 공정해야 할 시장이 거대 자본의 힘에 의해 불공정한 시장이 된다.

공유와 상생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희망일 뿐이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국가의 목적과 사명을 '정의의 실현'이라 주장했다. 자본주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지만, 독과점과 빈부 격차, 실업과 불황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이럴때 일수록 정부의 사회적, 국가적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

박석호 경제부장 haitai200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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