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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해고자, 철탑농성 300일···"이젠 나만의 싸움 아니다"

입력 2020.04.04. 16:43 댓글 0개
서울 강남구 사거리 교통 철탑 올라
김씨 "노조 설립하려다 부당 해고"
"과거 복직 때는 탄압과 협박당해"
지난해 6월부터 고공농성 돌입해
"300일 맞아 연대시위 진행 고맙다"
"개인 싸움 아닌 계급 싸움" 주장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 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고공농성중인 서울 강남역 사거리 인근 철탑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나기 앞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2020.03.31.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삼성이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자신을 해고하고 부당하게 대우했다며 이를 시정하라고 주장하는 삼성해고자가 김용희(61)씨가 25m 철탑 위에 올라간 지 4일로 300일을 맞았다.

서울 강남구 강남역사거리 CCTV 철탑에서 농성중인 김씨는 이날도 앰프에 민중가요를 큰 소리로 틀어 놓고 삼성그룹 건물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통행량이 많은 사거리엔 민중가요와 자동차 소리가 뒤엉켰다.

김씨는 지난 1982년 삼성항공(옛 삼성테크윈)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여기서 노조활동을 하다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런 주장을 하며 지난해 6월10일 이곳 철탑에 올랐고, 이날까지 고공농성 중이다.

김씨는 전화통화에서 "삼성에서 91년도 노동조합 설립을 결정하는 총회 당일날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이후 94년 6월2일 삼성건설 러시아지점으로 복직이 됐는데, 여기서 근무하면서 노조활동을 못 하게 계속적으로 탄압과 협박을 받고 왕따까지 당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농성하고 있는 곳은 25m 철탑 위 지름 120cm의 원형 공간이다. 바람이 불자 비바람을 막기 위해 원형 공간 주변으로 둘러쳐진 비닐은 큰 소리를 내며 나부꼈다.

이 곳에서 김씨는 지난 300일간 한번도 내려온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사는 주로 김씨를 자발적으로 돕는 교회 등 단체가 철탑 위로 올려준다고 했다.

철탑 위에는 가운데에 긴 기둥이 있어 김씨는 이 기둥 주위로 몸을 말아 새우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고공농성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이자 '삼성피해자공동투쟁' 대표 하성애씨는 "김씨의 정년은 작년 7월10일이었다"면서 "정년을 한 달 남긴 김씨는 정년 전 삼성에 정상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 철탑에 올랐다"고 전했다.

하씨는 "똑바로 등을 대고 눕지 못하고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자세 때문에 척추 등에 신경이 눌려 마비가 자주 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이 눌리면서 통증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하씨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소속 의사는 철탑 위에 올라 김씨의 이야기를 듣고 건강 상태도 체크했다.

철탑위에서 허씨를 만난 김씨는 "과거 노동해방 위해 싸운 분들 때문에 더 좋아진 세상 누리고 있다"며 "내 건강을 걱정하는 것조차 사치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어 "300일을 맞아 여러 단체가 같이 싸워주니까 힘이 나고 희망을 가지게 된다"면서 "이 싸움은 김용희 개인과 삼성의 싸움이 아니라 자본가 계급과 노동가 계급에 싸움"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피해자공동투쟁과 민주노총, 삼성 계열사 노조, 공공운수노조, 전교조 등 여러 단체가 김씨의 고공농성 300일째를 맞아 연대집회를 진행했다. 연대집회는 오후 1시에 시작해 4시께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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